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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Dec 13. 2021

재킷 좀 입으시죠?

더운 여름날이었습니다. 과장님과 함께 출장 나갔다가 사무실로 들어왔습니다. 갑자기 나이가 꽤 있으신 주무관님께서 저를 보시더니 한 마디 하시더라고요.


"사무관님, 외부에 나가실 때는 재킷을 입는 게 예의입니다. 과장님을 좀 보세요."


다음번에 또 과장님과 출장 갈 일이 있었습니다. 역시나 무더운 날이었습니다. 저는 전에 들은 게 있어 과장님의 복장을 관심 있게 봤습니다. 


과장님께서는 얇은 재킷을 챙겨 나오셨고, 회의장에 갈 때까지는 손에 들고 다니시더라고요. 회의장에 와서 회의가 시작되니깐 재킷을 입으셨습니다. 회의장에 에어컨이 있었지만 더웠고, 대머리인 과장님의 정수리엔 땀이 송골송골 맺혔습니다. 그래도 회의가 끝나기 전까지는 절대로 재킷을 벗지 않으시더라고요. 이때 공무원은 저래야 하는구나 하면서 반성을 좀 했었습니다.


저는 일 하느라 바쁜데 옷 입는 것까지 신경 쓰기 싫어합니다. 요즘 공직 사회에선 복장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이기도 하고요. 평소에는 남방에 면바지를 입고 다닙니다. 보고할 일이 없으면 반팔티만 입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외부 행사가 있을 때는 결혼할 때 샀던 정장과 구두를 꼭 챙깁니다. 그때 과장님의 땀방울을 봐서라도 최소한 이때만은 제대로 입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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