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브런치를 시작한 이후 가장 바쁜 때를 보내고 있습니다. 물론 예전에 브런치에 적었던 에피소드처럼 링거를 맞아야 할 정도라거나 매일 새벽 1시에 퇴근해야 할 정도로 바쁜 건 아닙니다. 그래도 주말 토, 일 둘 다 출근하고 평일에도 야근하는 수준으로 바쁘긴 합니다. 집에 오면 글 쓸 생각은 전혀 안 생기고 그냥 씻고 자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날이 많이 더워졌는데도 청사에선 에어컨도 잘 안 틀어줘서 더 지칩니다. 자리에서 일어날 때마다 땀에 젖어 허벅지에 붙은 바지를 떼어내는 것도 곤욕입니다. 주변에 여자 사무관님들에게 민망스러운 모습을 보일까 봐 걱정도 됩니다. 최근엔 덥다는 핑계로 야근은 좀 줄었지만, 해야 할 일은 있으니 대신 새벽에 일어나 출근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일찍 자야 하고 브런치 신경을 더 못쓰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고민이 되기 시작하더군요. 바쁘다는 핑계로 글을 안 쓰는 버릇을 들이다 보면, 글 하나 안 쓰고 몇 주는 금방 지나갈 것 같았습니다. 앞으로 2~3주는 계속 이렇게 바쁠 예정 이어서요. 그렇다고 아무 글이나 적는 것도 문제입니다. 결국 지금이 글쓰기에 대한 저의 의지와 애정을 시험하는 좋은 기회인 것 같습니다.
오늘 오랜만에 일찍 퇴근하면서 집에서 고민을 했고, 결론은 뭐라도 적는 게 낫다였습니다. 원래는 제가 한 말실수에 대해 쓰려고 에피소드를 모으는 중이었습니다. 아직 하나밖에 못 모았지만요. 아껴둔 거지만 이거라도 하나 풀어볼까 합니다.
복도에서 지나가다 오랜만에 한 국장님을 만났다. 국장님께서는 잘 지내냐며 안부를 물으셨다.
"킹사무관은 코로나 안 걸리고 잘 넘어갔나?"
"네, 원래 집에만 있는 스타일이다 보니 코로나도 안 걸리더라고요."
"야, 나도 집돌이야. 어디 안 돌아다녔는데 걸린 거야."
순간 느낌이 싸했다. 국장님은 얼마 전에 코로나 걸리셨다가 이제야 다 나으셨는데, 내 대답이 마치 "나는 공무원으로서 정부 지침을 잘 따라서 집에만 있었기 때문에 안 걸렸던 것이고, 국장님께서는 대체 어딜 그렇게 돌아다니셨길래 걸리신 거예요?"라고 들릴 수도 있겠다 싶었던 것이다. 재빨리 말을 덧 붙였다.
"저야 집이 세종이니깐 왔다 갔다 하면 되지만, 국장님은 댁이 서울이시니깐 통근하시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사람들과 접촉이 많을 수밖에 없죠. 안 그래도 서울에는 세종보다 확진자가 많았잖아요."
이렇게 겨우 넘어가긴 했지만, 나는 평소처럼 말했다 싶어도 상대방에 따라 오해를 살 수도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 특히나 상대가 상사라면 오해를 바로 풀기도 어렵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내가 상대의 입장에서 들었을 때 어떨까를 생각해야 하는데, 웬만한 농담엔 기분 나빠하지 않는 편이다 보니 이런 역지사지가 나에겐 가장 어려운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