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바쁘게 지내면서 급한 일들이 대충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8월에는 여름휴가도 갈 수 있겠다 했죠. 그런데 그 사이에 갑자기 인사이동이 있었습니다. 거의 2년 만에 옮기게 되네요. 이제 좀 쉬는 타이밍이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운 점도 있지만, 가고 싶었던 자리에 가게 되어 만족해하고 있습니다. 자리를 정리하고 인수인계서를 쓰고 하다 보니 인사이동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을 때 주의할 점을 적어보고 싶었습니다. 다 알만한 내용은 빼고, 혹시 놓칠 수도 있겠다 싶은 것만 추려볼게요.
#1
가장 기본적이지만 중요성을 종종 간과하는 게 인수인계서입니다. 다들 현안이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업무를 해야 할지 설명하기 위해 작성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 책임을 누가 지느냐의 기준이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A 업무와 관련해서 법령에 맞지 않게 처리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엔 어떤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었고, 나중에라도 사후 보완을 했어야 했는데 그전에 갑자기 인사이동이 있었었습니다. 이때 전임자가 후임자에게 이 내용에 대해 인수인계를 했냐 여부에 따라 나중에 A 업무로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책임지느냐가 결정됩니다.
어떤 의미냐면 사후 보완이 여전히 안 된 채로 있다가 감사원이나 국회에서 담당자를 징계해라고 한 경우에 누굴 징계해야 할지는 인수인계서에 따른다는 것입니다. 인수인계서에 관련 내용이 있으면 후임자가, 인수인계서에 누락되어 있다면 전임자가 징계 대상이 된다는 거죠. 구두로 설명한 건 의미가 없고 인수인계서에 담겨 있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수인계서는 단순히 무슨 업무가 있다는 걸 전달하는 게 아닙니다. 담당자의 업무의 범위, 책임소재 이런 것들이 다 담기는 것이죠. 저도 처음 인수인계서 적을 때 옆자리 선배가 자신 없으면 그냥 하고 있는 거 다 적어라고 그게 안전하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2
사람들이 많이 놓치는 게 있는데 자리를 이동할 때 자기 자리를 치우는 건 정말 기본적인 예의라 생각합니다. 1~2년씩 자리에 위치한 책상의 책이나 물품을 치우면 먼지가 꽤 많이 쌓여 있죠. 자기 자리 치우고, 이동할 자리 가서 치우고 하느라 정신없는 건 아는데, 그래도 후임자가 올 자리를 깨끗이 치우는 사람을 생각보다 많이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새로운 자리에 가서 책상을 정리하다가 먼지나 머리카락 같은 것들이 발견될 때면 기분이 좀 좋진 않더라고요. 언젠가부터 저도 후임자가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면 안 되겠다 싶어, 짐을 뺄 때도 열심히 제 자리를 치우게 되었습니다. 아, 어떤 국장님은 사무관으로 근무하던 때에 인사이동으로 자리를 옮겼더니 자리도 너무 더러운 데다가 전임자의 손톱까지 발견되는 바람에 짜증을 많이 내셨고, 그 일이 부처에 소문까지 나버려서 전임자의 이미지에 손상이 많이 갔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다행히 이번에 옮긴 자리는 굉장히 깨끗했습니다. 사실 이런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보는 순간 "아.. 이 분은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자리를 깨끗이 청소하셨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나갈 때 제 자리를 신경 써서 청소하더라도 후임자가 알아준다는 기대까진 안 했거든요. 그런데 앞에 사람이 청소한 게 티가 많이 나네요. 지금까지도 신경 쓰긴 했지만, 앞으로도 잘해야겠습니다. 공직 생활도 사람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에 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쌓여서 그 사람의 평판을 만든다고 생각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