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대학교 동창들을 만났다. 교수, 연구원, 회사원 다들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었다. 그중에 공무원은 나 밖에 없었다. 아저씨들이 모여서 하는 이야기의 주제는 돈이었다. 어떻게 돈을 버는지 서로의 노하우가 공개되었다. 어떤 친구는 서울에 집이 여러 채라고 하더라. 나는 비트코인이며 부동산이며 전혀 꿈도 못 꾼다며 월급으로 대출금 갚고 가끔 소고기에 와인 먹으며 쓰는 게 전부라고 했다. 가상화폐의 보유나 거래는 금지되었고, 집은 두 채 이상 가지고 있으면 승진에 불이익이 생길 수 있어서였다. 친구들은 나에게 공무원은 왜 그렇게 엄격한 도덕적 기준으로 평가받아야 하는지 물었다.
공무원은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존재 같다. 국민들이 따르기 어려워하는 정책은 공무원이 먼저 시범 케이스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 내 주변 공무원들은 모두 코로나 1호가 되지 않으려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엄격하게 지켰다. 국무조정실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이행하라는 공문이 수시로 왔다. 회사에서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고, 점심도 도시락 시켜먹거나 같은 부서 사람들과 조심히 먹었다. 퇴근 후엔 곧바로 집에 왔고, 주말에도 집에만 있었다. 일반 국민들도 당연히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랐겠지만,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무원들만큼 엄격하게 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브런치도 마찬가지이다. 내 글을 보신 그림 학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공직에서 더 재미난 일이 있을 것 같은데 내 글을 보면 엄청 자제해서 쓰는 게 느껴진다고. 내가 몇 가지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주며 이런 건 공개된 장소에 글로 적을 수 없다고 그러니깐 너무 아쉬워하더라. 나는 글을 쓰고 나면 항상 공무원인 아내에게 보여준다. 발행해도 문제가 없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절반 이상은 발행을 하기 어렵단 판정을 받는다. 그렇게 내가 쓴 글들은 '작가의 서랍'에 쌓이고 있다. 언젠가 퇴직하는 날에 공개할 수 있을까 하면서.
얼마 전에 아내가 동기 공무원 결혼식에 갔었는데, 친구들이 '킹오황'을 찾고 있었다더라. 기수는 대충 우리랑 비슷한 것 같고 부처도 대충 어딘지 짐작은 가지만 정확히 누구인지 몰라서 서로 아는지 묻는데, 아내는 그 상황이 재미있었단다. 언젠가 내가 누군지 밝혀지더라도 문제가 없을 정도의 수위로 적고 있긴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좀 더 조심스러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몇몇 공무원들의 브런치에서 보이는 과감한 이야기들을 읽으면 괜히 부럽기도 하고 나의 소심함에 부끄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