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인터넷에서 과로한 공무원에 관한 기사를 볼 때마다 생각합니다. 그분은 한 달에 몇 시간 초과근무를 했을까 말이죠. 공무원 친구들을 만나면 요즘 얼마나 바쁘냐 묻는 대신 요즘 초과근무는 얼마나 하냐고 묻기도 합니다. 바쁘다는 건 추상적인 표현이고, 초과근무 몇 시간 한다는 건 구체적인 바쁨의 정도를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그럼 몇 시간 정도 하면 바쁠까요. 사무관들의 초과근무 실태에 관해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을 적어보겠습니다.
먼저, 초과근무에 대해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초과근무를 말할 때는 1개월을 기준으로 합니다. 여기서 시간 외 근무한 시간을 전부 말하는 방식과 시간외근무수당을 받는 시간을 말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왜 이게 구분이 되냐면, 시간외근무수당은 하루에 4시간, 한 달에 57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평일에는 하루 1시간을 빼기 때문에 하루 4시간을 인정받으려면 5시간을 초과로 근무해야 합니다. 실제로 근무한 초과근무 시간에 비해 시간외근무수당으로 인정되는 초과근무 시간이 더 적죠.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자면, 오전 9시에 출근해서 밤 11시에 퇴근하면 시간외근무수당 기준으로 4시간(23시 - 18시 - 1시간)을 인정받습니다. 더 늦게 퇴근하더라도 시간외근무수당은 받지 못하죠. 극단적으로 평일 20일 동안 매일 1시간씩 초과근무를 한 경우, 전자의 기준, 즉 근무한 시간 기준으로는 20시간의 초과근무를 했지만, 후자의 기준으로는 0시간 초과근무를 한 것이 되므로 시간외근무수당은 하나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보통 우리들끼리는 초과근무를 몇 시간 했다고 말할 땐 후자의 기준으로 말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수당으로 얼마를 받는지가 관심사항이지, 얼마나 초과근무를 했는지가 중요한 건 아니거든요. 그래서 이하에서는 시간외근무수당으로 인정되는 시간을 초과근무시간으로 설명하겠습니다.
초과근무가 몇 시간이면 바쁘다고 할 수 있을까요. 한 달에 초근 10시간 미만이면 대부분 칼퇴근을 한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2~30시간이면 적당히 야근도 한 경우이며, 40시간 이상이면 바쁜 편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40시간이란 평일 20일 중에 절반 이상을 밤 11시 넘어 퇴근한 것을 의미합니다. 평균적으로 생각해 보면 거의 매일 밤 9~10시에 퇴근하는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57시간 이상은 풀초근이라고 불립니다. 풀초근을 초과하는 경우부터는 시간외근무수당을 받을 수 없는 초과근무가 됩니다. 사무관 초년차(1~3년)에는 풀초근을 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습니다. 모든 게 새로워서 배울 것도 많고, 일하는 데 요령이 없어서이기도 합니다. 혹은 뇌피셜이긴 하지만 신입들은 야근이 많은 자리에 배정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신입이니 고생하더라도 그게 당연한 줄 알 테고, 보통 신입은 나이도 어려서 육아휴직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으며, 전입 제한 때문에 다른 부처로 도망갈 수도 없습니다. 거위가 소리를 지르기 직전까지 털을 뽑아라는 말이 있는데, 신입은 꽤 참을성이 강한 거위로 볼 수 있는 것이죠.
저의 경우에도 2~4년 차에 풀초근을 가장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2년 차 때 파견을 갔던 부처에서도 풀초근을 했습니다. 파견에서 돌아와서도 한동안은 풀초근을 했습니다. 57시간 이상이 되는 경우부터는 초과근무를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 한 달에 얼마나 초과근무를 했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다만, 좀 덜 바쁠 땐 27~8일쯤, 바쁘면 20일쯤 풀초근을 찍었는데, 이걸 기준으로 제가 얼마나 바쁜 달을 보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어떤 동기는 한 달에 초과근무를 100시간 또는 120시간을 찍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건 시간외근무수당을 받는 초근이 아니라 근무시간 외 모든 시간을 합한 것을 말합니다. 이 정도면 주말 빼고 매일 하루 6시간씩 초근을 했다는 건데, 얼마나 바쁘게 지냈을까 상상이 잘 안 됩니다. 그런데 저도 한 달 내내 새벽 1시에 퇴근한 적이 있었긴 합니다.
초과근무를 하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일까요. 가장 큰 요인은 어떤 자리에서 어떤 업무를 하느냐인 것 같습니다. 일이 많은 자리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 적을 필요도 없는 것 같고요. 그 외에도 갑자기 일이 터지는 업무를 맡는다면 풀초근을 각오해야 합니다. 퇴근 직전에 갑자기 위에서 지시가 와서 다음 날 아침까지 보고자료를 만들라고 하면 야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자리는 주말에도 급하다며 연락이 종종 오죠. 일이 많은 건 제가 스케줄을 조절이라도 할 수 있지만, 이렇게 국회나 언론 같은 데서 관심을 갖는 현안을 담당하고 있다면 초과근무는 일상이 되어버립니다.
총괄 자리도 초과근무를 많이 합니다. 총괄 특성상 각 부서에서 자료를 취합해서 정리해야 하는 일이 많은데, 그 자료가 퇴근 시간 이후에 오는 경우도 빈번하기 때문입니다. 예산 관련 부서는 낮에는 자료를 달라고 독촉하며 그 자료를 기다리는 게 일이고, 자료를 다 받은 밤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한다고 하더군요.
그다음으로 직속 상사의 스타일도 중요합니다. 제가 모신 과장님 중에는 6시 땡 하면 바로 퇴근하시면서 직원들에게도 빨리 집에 가라고 독려하신 분부터, 직원들 초과근무 시간을 매번 살펴보면서 초과근무 시간이 제일 많은 사람을 콕 집어 칭찬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이렇게 과장님들이 초과근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방식의 차이가 크다 보니 어떤 과장님을 만나느냐가 사무관의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조직문화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제가 경험해 본 3개의 부처는 분위기가 다 달랐습니다. 6시가 되는 순간 퇴근하는 게 당연한 부처, 적어도 6시 반은 지나고 과의 분위기를 본 후 퇴근할 수 있는 부처, 저녁 먹고 야근하는 게 당연하고 특별한 일이 있는 경우에만 미리 말씀드리고 퇴근할 수 있는 부처. 이렇게 있었죠.
앞서 과장님의 스타일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지만, 전반적으로 과장님의 스타일은 조직의 분위기에 따라가는 것 같습니다. 초과근무가 당연시되는 조직이라면 그렇게 생각하는 과장님이 많다는 뜻이죠. 그럼 초과근무를 독려하는 과장님을 만나게 될 확률이 다른 부처에 비해 높습니다. 다만, 확률은 확률일 뿐이니깐, 조직문화와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과장님을 만날 수도 있긴 합니다. 매우 바쁜 부처에서도 과장님을 잘 만나(?) 매일 칼퇴근을 하는 사람도 있다는 뜻이죠.
아직까지 초과근무까지 하면서 일을 즐기는 사무관은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저도 일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야근까지 하고 싶진 않습니다. 다들 일찍 집에 가고 싶지만, 그날 또는 그 주에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일이 있기 때문에 야근을 하고 주말에 출근을 하는 것이죠. 아무래도 사무관이란 자리가 실무자이면서도 높은 책임감을 요구하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민간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저보고 공무원이 무슨 주말까지 일하냐고 그러는데, 사실 공무원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좀 억울하죠.
사진: 분임 동기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