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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Sep 04. 2022

성격 급한 상사들

민간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정부 부처에는 성격이 급한 상사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나쁜 상사는 아닌데, 함께 일하다 보면 맞추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1

한 실장님은 기다리는 걸 못하셨습니다. 사무관에게 직접 사무실로 전화를 하시고, 3번 울릴 때까지 안 받으면 바로 핸드폰으로 전화하셨죠. 저도 겪은 적이 있었습니다. 다들 퇴근한 밤에 실장님께 자료를 드리러 갔더니 다른 자료도 인쇄해서 좀 가져오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바로 위층 사무실로 가서 자료를 뽑아 내려갔습니다. 실장실에 들어갔더니 실장님이 전화 중이셨습니다. 알고 보니 저에게 자료 언제 가져오냐는 전화를 거는 중이셨더라고요. 전 가자마자 바로 자료를 뽑아 내려왔는데 그 사이를 못 참으신 거였죠.


#2

제가 모셨던 국장님도 기다림을 어려워하셨습니다. 사무관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답이 바로 안 오면 똑같은 업무를 다른 사무관에게도 시켰습니다. 어떨 땐 똑같은 업무를 여러 사무관들이 다 함께 하고 있었죠. 사실 저는 여기 불만이 많았습니다. 너무 비효율적이었죠. 나중엔 요령이 생겨서 국장님이 지시를 하시면 제일 먼저 그 업무를 누가 하고 있나 알아봤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도 하고 있는 걸 알게 되면 저는 일부러 천천히 하거나 아예 안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별일 없었죠.


#3

어떤 과장님은 자리로 들어가면서 사무관에게 어떤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마자 그 사무관을 불러 자료 얼마나 작성했냐며, 작성 방향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셨습니다. 사무관이 자리에 들어가 보고서를 쓰고 있으니깐 또 과장이 불러서 그냥 파일을 자기에게 보내라고, 과장님이 직접 작성하겠다고 그랬습니다. 과장님이 보기에 사무관이 조금만 미적거려도 못 참는 분이셨죠.


또 다른 과장님은 얼마나 마음이 급했는지, 프린트에서 인쇄되어 나오고 있는 종이를 양손으로 막 잡아당겼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빨리 그걸 들고 회의에 들어가야 했었다네요.


#4

사무관은 주로 실무자 역할을 하지만, 자리에 따라서 관리자 역할도 합니다. 주무관에게 업무를 지시할 때도 있는 것이죠. 저도 계장이나 팀장을 했었습니다. 그때 함께 일하는 주무관에게 일을 시키면 아무래도 신경 쓰게 됩니다. 특히  생각엔 금방 처리될  같은데 제가 보기에  중요한 일을 먼저 하고 있는 주무관을 보면 지적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습니다. 그래도  참으려고 합니다. 업무를 지시할  언제까지 해라고 했으면 그때까진 기다려야 하죠.  일찍 끝내서 나에게 주면  고맙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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