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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Nov 14. 2022

직장상사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법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상사의 말을 이해하는 능력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을까 합니다. 둘 다 한국어로 대화하는데 이해하는 게 뭐가 어렵냐 싶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사가 하는 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바람에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일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쏟게 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 결과는 본인에게 돌아옵니다. 업무 처리 속도도 느려지고, 받게 되는 스트레스도 어마어마하죠. 반면에 상사의 말을 잘 알아들으면 한 번에 일을 정확히 처리하니 일도 어렵지 않고 여유가 생깁니다. 저도 몇 년 여기서 일하다 보니 처음에 비해선 상사의 말을 잘 알아듣는 편이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초년차 사무관일 때였습니다. 같은 국, 다른 부서에 1년 후배가 있었습니다. 이 친구는 상사의 지시를 정말 찰떡같이 제대로 이해하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오죽하면 제가 모시던 과장님의 말씀도 저보다 더 잘 알아들을 정도였죠.


후배에게 업무 메신저로 연락이 왔습니다. 다른 국에서 주재로 무슨 중요한 회의를 개최한다면서 저희 과장님이 참석 대상자이니 참석 가능한지 여쭤봐 달라고 하더군요. 저는 과장님께 이러이러한 회의가 있으니 과장님께서 참석하셔야 할 것 같다고 보고 드렸죠. 과장님은 지금 바쁘니깐 국 총괄 서기관이 대신 갔으면 좋겠다 하셨고, 저는 그대로 후배에게 전달했습니다. 그랬더니 후배가 그러더군요.


"과장님께서 본인이 안 가고 서기관에게 대신 가라고 하신 걸 보면 그 회의가 중요한 회의는 아닌가 봅니다. 우리 국은 형식적으로 참석하면 된다고 생각하시나 봐요."


저는 과장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바빠서 못 가는 거지 진짜 그런 이유로 안 간다고 했을까 궁금했습니다. 나중에 과장님께 회의에 안 가겠다는 진짜 이유를 여쭤봤더니 그 후배 말대로 자기가 가야 할 만큼 중요한 회의는 아니다 싶어서 한 말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과장님의 말씀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였고, 후배는 과장님의 스타일이나 회의의 중요도 등을 고려해서 과장님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했죠. 후배보다도 못 알아차렸다는 사실에 좀 부끄러웠습니다.




상사의 의도를 모르겠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확실히 알 때까지 상사에게 계속 묻는 것입니다. 저는 과장님은 물론이고 국장님까진 어렵지 않고 편하게 대화하는 편입니다. 사무관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주무관님들에게 국장님 보고를 시켜보면 다들 엄청 어려워하더라고요. 그런데 가끔 국장님의 지시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자리에 돌아오는 사무관들도 보이긴 합니다. 보고 자리에서 확인을 못한 것이죠. 그래서 몇 번씩 국장실에 왔다 갔다 하면서 보고서를 고치는 모습을 보면 좀 안타깝기도 합니다.


상사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도 의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상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이 선호하는 업무 처리 방향이 있습니다. 어떤 분은 국회나 언론의 지적에 신경을 더 쓰시고, 어떤 분은 논리가 탄탄하고 설득력이 있는 보고서를 원합니다. 어떤 분은 쓸데없는 일은 최대한 줄이려고 하고, 어떤 분은 간부들에게 보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평소에 상사의 스타일을 관찰하고 마음속으로 정리를 해 둔다면, 일을 할 때도 상사의 지시를 정확히 이해하고 편하게 일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현재 상황에 대해 이해를 잘하고 있어야 합니다. 똑같은 상사라도 지금 문제의 심각성에 따라 다른 판단을 할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아무리 언론의 동향에 신경을 쓰시는 분이라도 주요 일간신문에 보도되는 것과 지역신문에 작게 실리는 것과는 다르게 판단하겠죠. 지금 이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또는 중요하지 않은지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보는 능력은 경험과 학습으로 익힐 수밖에 없습니다.


이론은 알겠는데,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새로운 상사를 모시게 되면 그 상사가 어떤 사람인지부터 빨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일 쉬운 방법은 보고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서 자주 대화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처음에 모셨던 과장님은 출근하실 때 아예 국장님, 실장님 방에 들렀다가 사무실로 오셨습니다. 그분들의 의중을 미리 파악해서 정책 방향에 담으시려는 것이었죠. 그래서인지 과장님이 지시한 대로 보고서를 작성해서 국장님, 실장님께 보고를 드리면 크게 문제 된 적이 없었습니다. 지금 저도 국장님 방에 자주 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장님 스타일을 알게 되니깐 일이 편해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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