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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Dec 12. 2022

공무원 상담 업무를 합니다

공무원은 연말에 바쁩니다. 한 해 실적을 평가받아야 하니 열심히 준비 중이고요. 내년 업무계획도 작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올해까지 추진하기로 했는데 못한 게 있다면 12월 안에 빨리 해야 하죠.


지금은 한창 사례집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 주요 업무 중 하나가 지방 공무원들이 법과 관련해 물어보는 것들을 답해주는 것인데요. 일종의 상담 업무나 마찬가지입니다. 전화나 게시판을 통해 질문을 받고 있죠. 지방에 찾아가 만나서 상담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답을 해드리고 싶은데 제 몸이 하나뿐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이번에 생각한 게, 제가 이 업무를 하면서 얻은 지식들로 문답 형식의 사례집을 만들고 내년엔 이 사례집의 내용을 콘텐츠로 지방 공무원들에게 강의를 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란 말처럼요. 그 계획을 가지고 국과장님께 보고 드렸더니 매우 좋아하셨습니다. 시키지도 않는데 알아서 열일하겠다고 그러니깐요. 전 위에서 시키는 일보단 제가 필요하다 싶은 일을 찾아 먼저 하는 게 재미있습니다. 일하는 보람도 생기고요.


그렇게 공무원들을 상대하는 일을 하다 보면 확실히 국회나 언론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마음고생은 덜 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제가 도움을 주는 입장에 있으니 마음에 여유가 생겨 더 친절해집니다. 몇 년을 사무관으로 일했지만, 상대방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고 있는 자리는 여기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사실 상담하는 저에게도 도움이 꽤 됩니다. 평소에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받으면 저도 깊게 고민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제 실력도 쑥쑥 느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이 자리에서 불과 반년이었지만 다양한 공무원들을 만났습니다. 통화를 하다 보면 어떻게 이런 세세한 것까지 찾아봤을까 싶을 정도로 열심히 검토한 티가 나는 공무원도 있었습니다. 혼자서 해결하려다가 도저히 안 되어서 저에게 전화하셨다고 하던데 저는 그분의 열정과 노력에 감탄해서 하던 일 다 제쳐 두고 그분이 물어보신 것을 찾아 답한 적이 있었습니다.


모든 분이 그렇진 않습니다. 어떤 분은 본인이 뭐가 궁금한지 정확히 이해하지도 못한 채 저에게 전화부터 걸으셨죠. 이런 경우에 저는 그분이 뭐를 알고 뭐를 모르는지 통화하면서 하나씩 찾아가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30분은 금방 지나가게 됩니다. 너무 오래 통화하면 저도 힘들지만 사무실에 다른 분들에게도 죄송하죠. 가급적 모두에게 친절하려고 노력하지만, 어쩌다 이런 분을 만나게 되면 목소리에 짜증이 섞일 때도 있습니다. 전화를 끊고선 아직 제가 정신 수양이 덜 된 것 같다고 자책하죠.


어쨌든, 요즘 업무 시간에 눈이 빠져라 글을 읽고 쓰는 일을 하다 보니 느끼는 점이 있습니다. 그동안 브런치에 글을 썼던 게 큰 도움이 되었더라고요. 아무래도 사례집은 공문이나 보고서 같이 딱딱한 말투보다는 사람들이 읽기 쉽게 쓰는 게 중요한데, 브런치 1년 한 게 저도 모르게 편한 글을 쓰는 연습이 됐었나 봐요. 하지만 요즘은 퇴근하고 집에선 노트북을 켜기 쉽지 않네요. 하루에 쓸 수 있는 글의 양이 정해져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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