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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Dec 22. 2021

사람을 믿은 게 잘못인가요

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겠죠

어떤 과장님께서는 저에게 너무 사람을 잘 믿어서 탈이라고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사람 간의 신뢰가 중요한 것 아니냐며 반론했었죠. 아래 일을 겪고 나서 제 생각이 좀 바뀌긴 했습니다.




국정감사 전날이었습니다. 평소 잘 알던 보좌관님께서 문자로 국회에서 한 단체가 내일 기자회견을 한다고 알려주셨습니다. 가슴이 철렁했죠. 부랴부랴 장관님 보고자료를 만들었습니다. 그 단체가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제 사업으로 지원할 수 없다는 내용을 밤새도록 정리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보좌관님이 자기도 의원께 관련 사항을 보고 드려야 할 것 같은데 자료가 없냐고 물으셨죠. 물론 자료는 자기만 보겠다고 했고요. 저는 과장님과 국장님께 그 보좌관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니 자료를 공유하자고 설득했습니다. 두 분은 내켜하지 않으셨지만 제가 괜찮을 거라며 안심시켜드렸습니다.


2주 정도 지났던 것 같습니다. 그 단체에서 제가 보좌관에게 보냈던 자료를 입수하여 작성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선전지를 만들어 국회에 뿌렸더라고요. 그 사실을 안 순간 하늘이 노래졌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좌관에게 연락을 하려고 했더니 그새 담당 보좌관이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그땐 보좌관님에게 많이 섭섭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보좌관님도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여하튼 한번 크게 홍역을 치르고 나니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외부에서 자료를 요청하거나 기자들이 뭘 물어보더라도 소극적으로 대응했습니다. 원래 그런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말이죠. 시간이 꽤 지나고 지금은 좀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국회나 언론을 대할 때는 조심스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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