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킹오황 Jan 18. 2023

공무직에 대한 생각

우리 과에는 공무직 직원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거의 10년을 일했는데, 보통 1~2년이면 과를 옮기는 공무원들에 비하면 정말 과 역사의 산증인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과에 온 지 6개월 정도 되었지만 그 직원과 이야기할 기회가 많이 없었다가 최근에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분이 평소에 항상 밝은 미소를 지으며 누구에게나 다 잘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직장에 아무런 불만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웬걸. 나름대로 이 자리에 대해 아쉬움이 꽤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월급. 공무직은 호봉이랑 개념이 없어서 오래 일한다고 월급이 올라가지 않는다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최저시급 수준으로 받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공무직이 얼마나 일을 많이 하기에 월급 타령일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공무직에 대한 기사의 댓글을 보면, 잘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만족해라거나, 공무원 호봉이 부럽다면 공무원 시험을 봐라는 등의 비판적인 내용이 많습니다. 완전 틀린 말은 아니라 하더라도, 열심히 일하고 성과까지 내는 분에게는 그 직이 어떻든 간에 정당한 보상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런 인센티브가 없다면 대충 일해도 뭐라 할 수 없잖아요. 결과적으로 보면 국민에게까지 피해가 갈 수도 있습니다.


거기다 저는 다른 공무직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몰라도 이 분은 정말 과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분이 하루라도 연가 쓰고 없으면 과가 제대로 안 돌아가는 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가끔 제가 업무 관련해서 자료 리서치와 같은 일을 부탁드리는 경우도 있는데, 웬만한 주무관보다 일을 더 잘 처리해 주셔서, 근로 계약에 없는 사항이라 그러면 안 되는데 자꾸 그분을 찾게 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일한 만큼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제가 그분에게 어떻게든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은 해놨는데 쉽지는 않더군요. 뜬금없이 운영지원과에 가서 공무직 월급 좀 올려달라고 말하는 것도 말이 안 되고요. 주변 분들 특히 주무관들에게 조언을 구해봤더니, 일단 간부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상 실무적으로 예산을 증액시키긴 어려울 거라고 하더군요. 일단 국장님부터 찾아가 이야기를 해볼 생각입니다.




잠깐 딴 소리를 해보자면, 생각만큼 윗 분들은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잘 모르시더군요. 제가 평소에 국장님과 가깝게 지내는 편이라 사적인 이야기도 종종 나눕니다. 언젠가 요즘 사무관들의 고민은 인사적체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우리 부처가 인사적체가 심하다는 게 워낙 유명해서 국장님도 다 아시는 줄 알았는데, 국장님은 심각성을 전혀 모르시더라고요. 제 선배가 몇 명이고 일 년에 보통 몇 명씩 승진하니깐 저는 몇 년 이상 남았다 이렇게 구체적인 숫자를 알려드리니깐 그제야 이해하셨습니다. 진짜 우리 부처가 다른 부처에 비해 승진이 느리다고. 그러면서 뭔가 방법을 찾아보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국장님께서 그런 사실을 모르신다는 점에 놀랐지만 그렇다고 실망하진 않았습니다. 왜냐면 저도 주무관 승진이 느리다는 걸 몰랐으니깐요. 심지어 친한 주무관님께 주무관 승진 순서에 대해 몇 번을 들었는데도 자꾸 까먹습니다. 저에게 닥친 일이 아니니깐 그렇죠. 그런 의미에서 공무직의 처우에 대해서도 공무원들은 잘 모르고, 관심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우연한 자리에서 저라도 알았으니깐 뭐라도 해봐야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책을 발간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