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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Jan 05. 2022

검토,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사무관이라면 합리적이어야지

제가 교육 홍보 지원사업을 담당할 때였습니다. 예전에 한번 언급했었던 그 사업입니다. 언론사 같은 곳에서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기 위해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서 제출하면, 지원 타당성을 검토하여 선정 위원회에 올릴 안건 초안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처음에 과장님께서 저보고 사업계획서를 검토해보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런 일을 해본 적도 없고 어떻게 하는지 배우지도 못했죠. 전임자에게 물었을 때도 적당히 하면 된다고 답을 들었거든요. 그래서 과거 지원 수준에 맞춰서 지원 금액을 결정하고 과장님께 보고 드렸습니다.


그때 저는 아무것도 몰랐던 것 같습니다. 과장님께서 왜 그 금액을 정했냐라고 물으셨을 때 과거 지원 내역을 참고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조금 더 지원해도 괜찮을 것 같으니 과장님께서 위원회에서 (선심 쓰듯) 지원액을 올려주시면 모양새가 좋지 않겠냐라고 덧붙였습니다. 해서는 안 될 말까지 한 것이죠.


그러자 과장님께서 또 혼을 내셨습니다. 사무관이라면 합리적이어야지 그게 뭐 하는 거냐고. 당장 제대로 검토해서 가져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이게 다 국민의 세금으로 나가니 비용을 아끼면서도 동시에 사업이 내실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적절한 수준의 금액을 산정해야 하지 않겠냐며 저를 타이르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변인실에 가서 신문사별로 지면에 기사나 광고를 게재하는 데 드는 단가 자료를 받고, 홍보 사업을 많이 추진했던 산하기관에 연락해서 그간 지원한 영상 제작비의 세부 내역을 요청했습니다. 그 자료들로 홍보물 제작에 드는 평균적인 비용을 뽑아 사업계획서에 대입하여 적정 사업비를 도출했습니다. 추가로 홍보 효과를 고려하여 지원 금액을 가감했습니다. 그렇게 정리하여 과장님께 보고 드렸더니 ok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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