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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Jan 04. 2022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실수한 일

7~8월은 국회 결산 기간이어서 매우 바쁜 때입니다. 휴가철과 겹치기도 하죠. 그 기간에 저랑 짝꿍이었던 주무관님이 휴직을 쓰시는 바람에 결산 대응을 혼자 한 적이 있었습니다. 원래도 4명이서 일하던 업무를 과장님께서 사람을 줄여 2명이서 했던 건데, 혼자 하게 되는 바람에 매일 야근했습니다. 신경도 날카로웠고요.


혼자서 하다가 도저히 감당이 안되어서 기금 관리 업무를 위탁받은 공공기관의 직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원래도 함께 결산을 대응하는 것이긴 했지만 주무관도 없는 만큼 이번 달만 좀 더 고생해서 잘 넘기자며 차장님께 양해를 구했습니다.


어느 날 그 차장님과 연락이 잘 안 됐습니다. 알고 보니 7월 말에 2주간 휴가를 썼다고 하더라고요. 그 밑에 직원 둘이서 업무를 다 처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순간 화가 났었습니다. 휴가를 꼭 그때 썼어야 했나 싶었죠. 그래서 돌아오면 저도 그렇지만 대신 고생한 밑에 직원들을 위해서라도 한마디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8월에 차장님이 복귀하셨단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전화했습니다. 이 바쁜 시기에 저에게 말도 없이 휴가를 다녀오면 남은 직원들과 나는 어떡하냐 그랬죠. 그랬더니 그 차장님이 오히려 큰 소리로 화를 내셨습니다. 저에게 휴가 다녀오는 걸 왜 말해야 하냐, 그리고 자기 아들이 아파서 큰 수술을 받느라 휴가를 쓴 건데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냐고 그러면서 저에게 많이 섭섭하다고 하셨죠.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휴가 사유를 듣지도 않고 놀러 갔겠거니라고 짐작해서 뭐라 한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잘 모르면서 막말하는 상사들을 보며 저렇게 되면 안 되겠다고 했으면서 제가 똑같이 그랬던 것이었죠. 그 차장님께 그런 일이 있었는 줄 몰랐다며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앞으로는 어떤 일이든 정확히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에 행동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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