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에서 핸드폰 번호를 삭제한 이유

내 핸드폰 번호가 공공재인가요

공무원의 명함에는 보통 핸드폰 번호가 기입되어 있지만 제 명함에는 빠져 있습니다. 예전에 외부에서 관심을 많이 가진 업무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국회, 민원인, 기자 등에게 전화로 시달렸습니다. 그때부터 부서를 옮기면서 새 명함을 만들 때마다 인쇄 업체에 핸드폰 번호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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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습니다. 다짜고짜 욕부터 하시더라고요. 저는 누구신지, 이 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물어봤는데 대답은 "그건 니가 알 거 없다!"였습니다. 지원 사업 때문에 한창 청사나 국회 앞에서 데모하는 단체가 있었는데 그중 한 분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욕하시는 것을 듣고만 있었습니다.

또 한 번은 휴일에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게임을 하다가 그만 실수로 받아버렸습니다. 국회 비서관이더라고요. 의원님이 신문 기사를 보고 궁금한 게 있어서 이렇게 자기가 전화했다고 하셨습니다. 오랜만에 우리 팀이 이기고 있었지만 컴퓨터를 끄고, 전화로 설명드렸습니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모르는 번호는 아예 전화를 안 받기로 했습니다. 그러니까 또 택배 기사분들이 짜증을 내시더라고요. 그땐 원룸에 살고 있었는데 전화 좀 받아라거나 전화를 안 받아 물건 경비실에 맡긴다거나 하는 문자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분들도 생업에 바쁘실 텐데 제가 오히려 죄송했습니다. 그래서 일일이 택배 종류별로 기사들 전화번호를 다 저장해놨던 기억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