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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Jan 06. 2022

국어는 교육부 소관인데요

사무관이 국어도 모르는 게 말이 되나

신입일 때 이야기입니다. 사무실로 전화가 와서 받았습니다. 나이가 꽤 되신 어르신께서 말씀하시더라고요. 국어가 어쩌고 저쩌고 하시길래 제가 정중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선생님, 국어는 저희 부 소관이 아니라 교육부 소관입니다."


그랬더니 그 어르신이 큰 소리로 저에게 호통을 치시는 것 아닙니까. 교육부고 나발이고 사무관이 국어도 모르는 게 말이 되냐며 계속 화를 내셨습니다. 저는 영문을 몰라서 했던 말을 계속 반복했습니다. 전화 통화는 '국어는 교육부 소관이다'와 '사무관이 국어도 모르냐'로 서로 평행선을 달렸습니다.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는 중에 옆에 주무관님이 듣다가 자기에게 돌리라고 손짓을 보냈습니다. 그 주무관님이 죄송하다고 그러면서 설명드리고 전화를 해당 부서로 돌리더라고요. 그러면서 저에게 웃으며 말씀하시는데 '국어'가 아니라 '구거'라고 하셨습니다.


구거3(溝渠)「명사」 수채 물이 흐르는 작은 도랑.=개골창. (출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솔직히 그때도 구거가 뭔지 몰라서 사전을 찾아봤습니다. 어려운 단어이긴 했지만 법령에서도 쓰이더라고요. 그 어르신 입장에서는 정말 황당했을 텐데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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