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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Jan 07. 2022

그때 참 고마웠습니다

언젠가 브런치에 적었던 의료비 관련 정책 보고서를 쓸 때였습니다. 일이 너무 많아 주말도 없이 매일 새벽에 퇴근했습니다. 그러다 사귄 지 2년이 된 여자 친구에게 차였습니다. 저는 몇 주간 제대로 얼굴도 못 볼 정도로 바빠서 헤어진 게 아닌가 생각했기 때문에 일에 회의감이 크게 들었습니다.


그래서 태업을 했습니다. 사무실에서 멍하니 앉아만 있었습니다. 일 때문에 헤어진 마당에 일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죠. 내막을 모르시는 과장님께서는 저에게 자꾸 일만 주셨습니다. 6시가 되어 칼퇴근을 준비하니깐 과장님께서 시킨 건 하고 퇴근하는 거냐고 묻더라고요. 저는 대답 없이 집에 가려고 짐을 싸고 있었죠.


과 분위기가 어색해졌습니다. 보다 못해 선배 사무관이 과장님께 제가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고 알려줬습니다. 과장님께서는 미안해하시며, 바로 저에게 술 한잔 하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선배 사무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국장님 아직 퇴근 안 하셨는데, 과에 연락 오면 네가 다 처리할 수 있지?"


선배 사무관도 "물론이죠, 여긴 걱정 말고 둘이 잘 다녀오시라"라고 했습니다. 솔직히 그때 두 분이 참 고마웠습니다. 별 일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국장님이 계신데도 칼퇴근하고 둘이서 술 마시러 가는 건 용기가 꽤 필요하거든요. 그렇게 위로를 받은 덕분에 제 궤도로 돌아올 수 있었고, 무사히 보고서를 완성했습니다.


TMI:  여자 친구와는   후에 재결합을 했고, 결국 결혼까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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