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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Dec 27. 2021

건조한 보고서

공무원의 글쓰기

저는 보고서를 작성할 때 무미건조하게 작성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해석의 여지가 없게 제한적인 어휘만을 사용하고, 형용사나 부사같이 수식하는 표현을 자제하는 편입니다. 브런치에 글을 쓸 때는 안 그러려고 하지만 좀 딱딱해 보일까 봐 걱정을 많이 합니다. 이런 스타일은 저에게 보고서 쓰는 법을 많이 알려주신 과장님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과장님께서는 민간과 다르게 공직에서는 보고서를 드라이(dry)하게 써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물론 사업을 하는 부처는 불가피하게 사업의 필요성, 기대효과 등을 강조하기 위해서 과장해서 쓰는 경우가 있고, 또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다고는 하셨습니다. 하지만 자기에게 보고서 쓰는 법을 배운 이상 가급적이면 단어나 표현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선택해서 정확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도록 써야 한다고 당부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들었던 예시가 다음과 같았습니다. "콜센터 상담원의 교육 강화를 통해 전문성 제고"라는 문구에서 저는 이상함을 못 느꼈었는데 과장님께서는 (논란의 소지는 있겠지만) 상담원의 교육을 '강화'한다고 하는데 얼마나 교육 프로그램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냐, 단순히 제도를 전화로 안내하는 것에 얼마나 '전문성'이 요구되겠느냐고 하셨습니다. 차라리 "상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실습 위주의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처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듣고 나니 건조하게 쓴다는 의미가 뭔지 약간 감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업무를 할 때 추상적인 표현보다는 실제로 하려는 행위나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사항을 적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니 브런치에서는 화려하거나 수려한 문장을 쓰고 싶어도 잘 안 써져서 고민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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