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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Dec 28. 2021

내비가 시키는 대로 가주세요

친구가 알려준 대로 가면 더 빠르대서...

자기주장이 강한 사무관님이 계셨습니다. 과장님께서 지시를 하셔도 자기 생각이 맞다 싶으면 자기 방식대로 했고, 그것 때문에 과장님과 종종 다투기도 하셨죠. 처음에는 과장님이 시킨다고 무조건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의견을 내는 모습을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건은 정도가 좀 심했습니다.




인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장관님 행사가 있었습니다. 주민들과 간담회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무관님이 자기도 행사 준비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과장님께서는 마지못해 세종에서 인천까지 관용차량을 운전하라는 임무를 주셨습니다. 그 차에는 국장님, 과장님, 저 그리고 그 사무관님이 탔죠.


아침에 출발하면서 내비게이션을 보니 행사 시간보다 좀 일찍 여유 있게 도착할 것 같았습니다. 출장길이 순조로웠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차가 고속도로가 아니라 도심의 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다른 고속도로를 타기 위해 잠깐 들리나 보다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30여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도심이었습니다. 과장님께서는 뭔가 이상한 기분에 내비게이션을 확인하셨습니다. 그랬더니 우리 차가 내비게이션이 가라는 데로 안 가고 도심을 빙빙 헤매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되셨죠. 과장님은 사무관님에게 그냥 내비가 가자는 대로 가자고 했습니다. 사무관님은 친구가 그랬는데 여기 도시에서 무슨 국도를 타면 더 빨리 도착한다며 과장님의 말씀을 듣지 않았습니다.


과장님은 그게 말이 되냐며 내비대로 가자고 했고 사무관님은 알아서 하겠다며 고집을 피웠습니다. 그렇게 두 분이서 국장님 앞에서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내비게이션 음성은 계속 고속도로를 타라고 알려주고 있고 사무관님은 도심을 헤매고 있었습니다.


도착 예정 시간이 빠듯해지자 결국 내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 가게 되었습니다. 가는 길에 차도 막히는 바람에 결국 장관님보다 늦게 도착했죠. 그 후의 일은 생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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