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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Dec 02. 2021

저는 말하고 싶었어요

과장님께서 막아주셔서 다행입니다

아직 신입 사무관일 때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과장님께서 ㅇㅇ일보 기자와 점심 약속이 있는데 같이 가자고 하셨습니다. 과장님께서는 머뭇거리는 저에게 사무관이라면 기자랑도 만나보는 경험이 필요하다며 데리고 나오셨습니다. 장소는 중국집이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기자를 처음 만나는 자리여서 그런지 많이 긴장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주로 두 분이서 이야기를 하셨고 다행히 저는 밥만 열심히 먹으면 됐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기자가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요즘 ㅇㅇ 한창 시끄러운데 신입 사무관들 사이에서는 분위기가 어떻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동기들과 모이면 항상 ㅇㅇ 이야기만 했었기에  말이 많았습니다. 제가 느낀 생각을 말하려고 입을 떼려는 순간 과장님이 대화에 끼어드셨습니다. 과장님께서 ㅇㅇ에 대한 관가의 분위기를  대신 대답하셨습니다. 그때만 해도 저는  생각이 없었습니다.


 한참  분이서 말씀을 나누시다가, 기자가 다시 저에게 물었습니다. 요즘 신입 사무관들끼리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주로 하냐고. 그래서 아까 답하려다 못했던 ㅇㅇ 이야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과장님께서 끼어드시더라고요. 미련한 저도  정도 되니깐 과장님의 의도를 눈치채게 되었습니다.


'아, 그냥 가만히 밥이나 먹어야겠다.'


저는 그때부터 탕수육을 보이는 대로 입 안에 집어넣었습니다. 다 씹어 삼키면 쉴 틈도 없이 또 다른 탕수육을 입에 넣었습니다. 이후에 기자가 말을 걸지 못한 것으로 봐서 제 전략이 먹혔나 봅니다. 그렇게 점심을 마치고 과장님과 둘이서 조용히 걸어왔습니다. 과장님은 저 때문에 식사도 제대로 못 하셨겠죠...


지금 그때 일을 돌이켜보면 과장님께서 제가 말하려는 것을 정말로 막으려 했던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때 과장님께서 그러시지 않았다면 ㅇㅇ일보에 "ㅇㅇ에 대한 신입 사무관들의 생각"이라며 저의 이야기가 기사로 나왔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과장님 덕분에 공무원은 사적인 자리에서도 항상 말조심해야 된다는 것을 값싸게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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