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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Dec 03. 2021

그렇게 혼내실 일이었나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러실 만했네요.

제가 처음 발령받은 부서의 과장님은 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어떤 문제를 만나게 될 때 그 과장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 생각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분에 대한 에피소드가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이번에는 제가 크게 혼났던 일을 적어볼까 합니다. 원래 일은 혼나면서 배우는 것이니깐요.




당시 저는 교육이나 홍보 사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업을 맡았습니다. 사업 공모를 실시하여 민간 사업자가 신청한 사업 계획서를 모아 사업성을 검토하고, 그 결과를 국˙과장님이 포함된 사업선정위원회가 개최될 때 안건으로 상정했습니다. 위원회에서는 각 사업을 평가하여 지원 여부를 결정했습니다. 필요하다면 사업자가 직접 위원회에 출석해 사업 계획을 발표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날도 저는 위원회 개최일을 정하기 위해 국장님과 과장님이 가능한 일정을 검토하여 날짜를 정했고, 사업자들이 그날 위원회에 출석하여 사업 계획을 발표할 수 있는지도 확인했습니다. 최종적으로 과장님께 그 날짜에 위원회를 개최하겠다고 보고 드렸습니다. 


그런데 평소 그렇게 인자하셨던 과장님께서 갑자기 저에게 큰 소리로 화를 내셨습니다. 위원회 날짜를 금요일 오후로 잡으면 그분들은 어떻게 이동하냐고, 너무 우리 편의만 생각한 것 아니냐며 크게 혼을 내셨죠.


"이 사무관은 서울에서 세종까지 왔다 가는 그분들의 입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거야. 당장 새로 정해!"


처음에는 이게 그렇게 혼을 내실만한 일인가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니면 처음부터 금요일은 빼고 정해라고 하던지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저 때 일이 생생합니다. 과장님께서 저에게 처음 큰 소리를 치신 것이거든요. 그 충격요법 때문인지 저는 뭘 하든 민원인의 편의를 먼저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과장님께서는 사무관이라고 민간을 대할 때 힘이 잔뜩 들어가 있던 제 어깨를 보고 힘 좀 빼라는 취지로 오버를 하신 게 아니었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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