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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Dec 04. 2021

네가 만나는 거 아니었어?

응, 우리가 만날 레벨은 아니었나 봐

동기 사무관이 신입 때 겪은 이야기입니다. 국회에서 어떤 사업에 대해 설명을 해달라는 요청이 와서 혼자 서울에 갔습니다. 그런데 서울로 가는 버스 안에서 문제가 터졌습니다. 그 설명을 해달라고 요청한 사람이 의원실의 비서관이나 보좌관이 아니라 국회의원이었던 것입니다. 친구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과장님께 '의원'이 설명을 요청했다고 말하진 않았고, 과장님은 사무관이 국회에 간다니 으레 비서관이나 보좌관에게 설명하러 가는 줄 알고 크게 신경을 안 쓰셨나 봅니다.


여기서 잠깐 부연 설명을 하겠습니다. 국회에 갈 때는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누가 가야 하는지 정해집니다. 예를 들어 비서관이 요청하면 보통 사무관이 가고, 보좌관이 요청하면 사무관 또는 과장이 갑니다. 의원이 직접 요청할 땐 국장 이상이 가며 예외적으로 과장이 가는 것이 제가 거쳐온 부처에서는 통상적인 상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의원이 불렀는데 사무관이 간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나중에 과장 또는 국장이 오지 않은 사유를 설명해야 할 수도 있죠. 애초에 그런 일이 안 생기도록 하는 것이 제일 좋고요.


다시 본 이야기로 와서, 의원이 직접 불렀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 과에서 난리가 났었다고 합니다. 과장이나 국장이 기차를 타고 가기엔 시간이 늦었죠. 할 수 없이 그때 서울에 출장 가 있던 과장을 섭외해 그 과장과 제 친구가 함께 국회로 가서 의원에게 설명을 드렸고, 결과적으로는 잘 마쳤다고 합니다.


웃겼던 건, 그날 제가 그 친구와 함께 점심을 먹었었는데 저도 친구가 의원이 불러 국회에 간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잘 다녀오라고 했었습니다. 그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었죠. 사무관 정도면 의원이랑 직접 만나서 설명도 드리고 하나보다 했습니다. 저희도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하나하나씩 다 몸으로 배운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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