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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Dec 05. 2021

하급자의 진심

영영 알 수 없습니다

아무리 친하게 지내는 주무관이 있다 하더라도 그들이 진정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저도 상관 앞에서와 뒤에서 행동이 항상 같을 수가 없었거든요. 주무관들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싫어도 눈앞에서 대놓고 싫다고 할 수 없겠죠.




저는 회식을 하면 항상 새벽 늦게까지 하시던 과장님과 함께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제가 과장님에게 큰맘 먹고 직언을 했었습니다. 회식이 너무 늦는 것 같다고, 좀 일찍 마치면 안 될까 하고요. 그랬더니 과장님은 자기는 일찍 마치고 싶어도 직원들이 늦게까지 노는 것을 원해서 그런 거라고 답하셨습니다. 과장님은 이 말을 증명해 보이시겠다면서 다음 회식 때는 자기가 절대 2차, 3차 가자는 말을 안 해볼 테니 한번 지켜보라고 하셨습니다.


다음번 과 회식 때였습니다. 1차가 마칠 시간이었는데 아무도 끝내자는 말을 안 했습니다. 과장님도 저도 지켜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어색한 분위기가 좀 흐르니깐 몇몇 분들이 2차를 가자고 하시더군요. 과장님께서 의기양양하게 저를 쳐다보시며 "맞지?"라는 눈빛을 보내시더군요. 전 차마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과장님, 저것을 진심으로 믿으시면 안 된다고요! ㅠㅠ


저는 후배 사무관이나 주무관에게 같이 저녁 먹자고 하지 않는 편입니다. 제 앞에서 웃으면서 좋다 해도 그게 진심인지 잘 모르겠거든요. 그들이 먼저 먹자고 하더라도 예의상 한 말인지 진짜 먹길 원하는지 확신이 안 듭니다. 


막상 저녁을 먹게 되더라도 딱 1차만 9시까지로 끝낼 시간을 정해놓고 먹습니다. 술김에 더 붙잡게 될까 봐 9시 넘으면 그냥 도망갑니다. 절대 돈을 아끼겠다는 의도는 아닙니다. 오히려 제 와이프는 술자리에서 제 자랑이나 듣고 있을 분들에게 너무 죄송하다며 비싸고 맛있는 거 사드리고 빨리 집에 오라고 그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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