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킹오황 Dec 06. 2021

하급자의 진심 2

솔직하게 말해본 적도 있었습니다

이 글은 앞에서 쓴 '하급자의 진심'의 후편 격입니다. 하급자들은 상급자에게 진심을 밝히기가 어렵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과장님께 솔직하게 말해본 적도 있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제가 다른 부처에 파견을 가서 겪은 일입니다. 그때 모셨던 과장님은 초임 과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유능하셔서 업무적으로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다만, 과를 운영하시는 데 있어 과원들과 마찰이 좀 있었습니다. 과원들이 과장님께서 기대하신 수준에 못 미쳤던 것이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한 번은 과장님께서 과원들을 다 모으시고 말씀하셨습니다. 자신에게 불만이 있으면 다 말해보라고. 당연히 아무도 말을 못 했죠. 그때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보통은 그러지 않았겠지만 어차피 몇 달 후면 파견 끝나고 돌아가는데 굳이 눈치 볼 게 있나 싶었죠. 제가 과장님을 좋아했기 때문에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도 있었습니다.


"저희들이 과장님의 기대에 못 미친다면 저희를 열심히 하게끔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저희들을 데리고 최선의 성과를 내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동안 과장님께서는 주무국 주무과에서 행정고시 수석, 차석 등 유능한 직원들을 데려와서 함께 일을 하셨겠지만, 과장으로 부임하신 이곳에는 평범한 직원들만 있다는 것도 고려해주세요." (통상적으로 공무원은 Z자형 순환보직으로 인해 바쁘고 중요한 자리에서 승진하고 그보다 덜한 자리에 배치됩니다)


다행히 과장님은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셨습니다. 그 이후 과장님과 둘이서 진솔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과장님께는 제가 직언의 아이콘이었죠. 제가 파견이 끝나고 돌아간 후에도 종종 과장님을 뵈었고 업무 조언도 구했습니다. 지금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과장님 중 한 분이십니다. 굉장히 예외적이지만 이런 경우도 있긴 하네요.

작가의 이전글 하급자의 진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