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과장님께서 저를 보더니 조용히 물으셨습니다.
"사무관님, 블로그 하는 거 맞죠?"
저는 깜짝 놀라 고개를 저으며 그거 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 모습에 과장님은 '아, 비밀인가 봐요, 괜히 말했나 봐요'라며 저에게 미안해하시더라고요. 순간 저는 너무 과민반응을 한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브런치 하는 걸 영원히 숨기려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구독자일지도 모르는 과장님께 제대로 설명을 드려야겠다 싶었습니다.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로 말씀드리기엔 주변 사람들의 눈치가 보여서, 예의가 아닌 줄은 알지만 메신저로 과장님께 말을 걸었습니다. 블로그(브런치) 활동을 하는 건 맞지만 아직 우리 회사 사람들에게 공개한 건 아니다, 그런데 눈앞에서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으니 당황스러워 일단 부인부터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과장님께서는 제 태도에 개의치 않아 하셨고, 오히려 글이 재미있어서 잘 보고 있다고 하시더군요. 거기다 중요한 정보까지 알려주셨습니다. 우리 회사에 제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걸 아는 사람이 또 있다고, 본인도 다른 사람에게 들어서 알게 되었다는 것을요.
며칠 후 제가 브런치를 하는 걸 회사에서 유일하게 알고 있는 후배 사무관님을 불렀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죠. 회사에서 제 브런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지를요. 사무관님도 제 질문이 갑작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그 사무관님은 제 브런치를 알게 된 지는 1년이 넘었지만, 그동안 브런치나 제 글에 대해 한마디도 하신 적이 없었거든요. 저도 부담이 될까 봐 묻지도 않았고요.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물었던 건데, 대답이 의외였습니다. 사무관님도 회사에 다른 분이 제 브런치와 저에 대해 말하는 걸 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누군지 밝히진 못하지만 과장급은 아니고 젊은 분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우리 회사 사람이 최근 글을 보면 저의 정체를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긴 합니다. 다만, 제가 어느 부처에 근무하는지는 밝히기 조심스러워서 최대한 돌려 적고 있습니다.
어쨌든,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나 봅니다. 아니면 저만 몰랐지 이미 소문이 쫙 퍼져 있다거나요. 원래 자기와 관련된 소문은 본인이 제일 늦게 알게 되기 마련이죠. 언젠가 들킬 것을 감안하며 글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혹시 눈치를 채셨거나 채신 분이 계시다면 계속 모른 척 부탁드릴게요. 그분들 앞에선 마치 제 속마음을 들킨 것 마냥 부끄러울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