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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Jun 25. 2023

PSAT 모의고사로 배운 것

행정고시 합격 때까지 PSAT을 4번 쳤다. 그 네 번 모두 서울에서가 아니라 고향에 내려가서 봤다. 1차 시험(PSAT)은 겨울에 치러지기 때문에 날씨가 추워지면 집에 내려가 동네 도서관에서 공부했다. 그러다 보니 "PSAT 모의고사"를 볼 땐 서울에 올라가야 했다. 시험은 지방에서 볼 수 있었지만, 모의고사는 서울에 있는 학원에서만 치러졌기 때문에 시험 기간에 1번은 모의고사를 치러 서울에 갈 수밖에 없었다.


처음 PSAT 모의고사를 보러 서울 고시촌으로 올라왔을 때다. 당시 재경직 1차 경쟁률이 4:1이었으므로 최소한 상위 25% 안에는 들어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난 내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몰랐기 때문에, 그때 모의고사가 내가 행정고시 판에 들어와도 되는 실력이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첫 번째 테스트였고 그래서 나름 중요한 시험이었다.


문제는 내가 시험 같은 시험을 본 지가 엄청 오래됐었을 때라 많이 서툴렀다. 모의고사도 실전처럼 봤어야 했지만 진지하게 임하지 못했다. 오전에 첫 번째 과목을 보고 점심을 먹고 와서 두 번째 과목을 볼 때였다. 나는 식후엔 항상 커피를 마셔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책상에 올려놓고 홀짝 거리면서 시험을 봤다. 그러다 일이 터졌다.


과목 별로 시험 시간이 1시간 반인데, 1시간쯤 지나니깐 오줌이 마렵기 시작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때문이었는지 이뇨작용이 시작된 것이었다. 30분만 버티면 된다는 마음으로 나머지 문제를 풀고 있는데 한번 머릿속에 화장실에 가고 싶단 생각이 드니깐 도저히 시험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이래서 시험 직전에는 후렴구가 중독성이 강한 노래도 들으면 안 된다)


대형 학원이 주관하여 많은 고시생들이 보는 모의고사였기 때문에 엄격한 감독 하에 치러진 시험이었다. 시험 중간에 시험장 밖으로 나가면 돌아올 수도 없었다. 난 이 시험을 보러 지방에서 서울에 올라온 건데 이대로 시험을 포기할 순 없었다. 최대한 버티고 버텼다. 문제는 풀리지 않고 시간도 흐르지 않았다. 왜 커피를 마셨을까란 후회만 머리에 가득했다. 그러다 결국 중간에 그만두고 화장실로 뛰쳐나갔다.


큰 대가를 치른 만큼 값진 배움이 있었다. 시험 전날과 당일엔 커피 등 이뇨작용과 관련된 건 아무것도 먹지 말아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리고 시험 직전엔 마렵든 안 마렵든 무조건 화장실에 다녀오는 습관도 생겼다. 정신적으로 안정을 가지는 게 중요했다. 그 후로 시험 중에 소변과 관련된 이슈는 겪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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