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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Oct 29. 2023

내향인이지만 MBTI는 E입니다

전 ENFP입니다. 20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네요.


오래전 대학생일 때 교양과목으로 심리학개론이 개설된 적이 있었습니다. KAIST에서 처음 개설된 수업이어서 그런지 수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졌고, 전 운이 좋게 그 높은 경쟁을 뚫고 수강신청에 성공했었죠. 그 수업에서 처음으로 MBTI 검사란 걸 해봤습니다. 지금은 대중화된 검사지만, 당시만 해도 모두들 생소해했었죠.


검사 후엔 같은 유형끼리 조를 짜서 자기 성격에 관해 토론을 하는 수업이 있었습니다. 학생들 대부분은 INTJ나 ISTJ 유형이었고, 그와 많이 다른 유형인 ENFP도 수강생 200명 중 8명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우리끼린 특별한 유형이 아닌가 했었는데, 지금 찾아보니 흔한 유형이네요. (전체 16개 유형 중 2위, 12.6%, 나무위키)


의아한 점은, 저는 제가 생각해도 내향적인 사람인데 MBTI 검사만 하면 항상 근소하게 외향적인 사람으로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최근에 MBTI 유행에 맞춰 다시 검사를 몇 번 해봤지만 결과는 동일했습니다. 대신 왜 그런지 분석을 해봤죠.


그랬더니 저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도 싫어하고 집에 혼자서 책을 보거나 게임을 하는 것을 즐기는 내향적인 성향의 사람인 게 분명하지만, 좀 특이한 게 있었습니다. 바로 사람들 앞에 나서서 말을 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걸 즐기는 성향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강의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제가 아는 지식을 사람들과 나누는 것에 보람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 덕분인지 검사 결과는 미세한 차이로 E가 나오네요.




서론이 길었습니다. 얼마 전에 우리 부처 직원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지금 이 자리에서 몇 달 동안 지내면서 그동안 많은 자료들을 검토해 왔거든요. 그러면서 사람들이 자주 실수하거나 틀리는 부분, 알아두면 좋겠다 싶은 팁을 보이는 대로 꾸준히 메모해 뒀었는데, 어쩌다가 이를 알려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강의를 하게 된 것이죠.


그동안 지자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적은 많았었지만, 우리 부처 직원들을 대상으로는 처음이었습니다. 대상자 중엔 선배들도 있었기 때문에 부담이 안 된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제가 이 부분에서 제일 잘 알고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강의를 준비했고, 강의도 무사히 마쳤습니다.


나중에 강의를 들으신 분께서 저에게 꿀팁 감사하다며, 큰 도움이 되었다는 연락을 받을 때마다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특히, 저와 비슷한 시기에 이 부처로 전입 왔던 한 사무관님은 저보고 그러셨습니다. 저랑 같은 기간 동안 근무를 했는데 저는 강의를 하고 자기는 그 강의를 듣는 입장이었단 점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고요. (물론 그분도 본인의 업무 분야에 전문가이십니다)



지금 이 비서관 자리는 우리 부처에서 가장 바쁜 자리 중 하나지만, 이 자리에서 고생했다고 승진이나 유학에 특혜가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더 고된 자리이기도 합니다) 다만, 유일하게 특전이 있다면 그건 바로 다음에 가고 싶은 자리를 고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그 자리가 비어야지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저는 다음에 갈 수 있는 자리를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교육을 전문적으로 하는 부서를 고르고 싶네요. 제가 잘하는 분야이기도 하고, 그동안 제가 고생하며 쌓은 지식과 경험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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