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부서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느 날 국장님이 물었다.
"큰 부처에서 큰 업무만 하다가, 우리 같이 작은 부처에 와서 답답하지 않아? 솔직히 좀 아쉬운 마음도 있지?"
나는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제가 전에 있던 부처에선 욕만 먹었습니다.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들은 이유를 대라며 시위하고, 기자들은 지원 기준에 문제가 있는 것은 정부 책임이라고 하고, 국회는 저를 불러다 왜 지원을 안 하냐며 혼을 내고. 그럴 때면 저는 지원하면 안 되는 이유를 '열심히' 설명했죠. 그들을 설득하는 것이 저의 일이었습니다.
공무원이 되기 전 민간에 있을 때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면서 사회에 기여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공무원이 되고자 했던 건데, 도움이 되긴커녕 방해만 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선 그렇지 않더군요. 제가 지금 하는 일이 지자체 공무원들이 전화나 게시판으로 물어보면 대답하고 상담하는 건데, 공무원이 되어서 처음으로 감사하단 말을 들었습니다. '열심히' 알려주면 줄 수록 감사하단 말을 더 들었습니다. 몇 년 만에 제 일에 보람이란 감정을 느끼게 되었죠. 단순히 예산이 크다거나 대상이 많은 사업을 총괄하는 게 다가 아니란 걸 알았습니다. 즉, 부처를 옮긴 거에 대해 전혀 후회가 없습니다."
지금도 대다수의 공무원들은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 하고 있다. 그 업무가 전부 수백수천억의 예산 사업이라거나, 법률을 제개정하는 정도의 큰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업무일 것이기 때문에, 큰 부처에서 큰 업무를 하는 게 아니라고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앞에서 든 예시처럼 소소하더라도 더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서 더 쉽게 일에서 보람을 찾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렇게 애쓰는 공무원들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만 해주자. 이들은 큰 보상은 바라지도 않을 것이고, 감사 인사를 듣는 정도만으로도 그간의 노고가 위로받음을 느낄 것이다. 나의 고생을 알아준 그 한마디가 동기부여가 되어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일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