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행정고시에 합격하면 소위 부잣집에 장가가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합격하고 연수원에 있을 때 청담동 결혼회사에서 전화를 받거나, 지방에서 연수를 받을 때 지역 유지 딸을 소개해주겠다는 농담을 듣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많이 변하고 부처도 세종으로 옮겨서인지 막상 세종에서의 현실은 달랐습니다.
그래도 주변에서 소개팅을 많이 주선해주기는 합니다. 다만, 남자의 경우에는 상대가 같은 또래의 공무원이나 선생님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저도 두 번 다른 부처의 사무관과 소개팅을 해봤습니다. 결과적으로 인연이 아니었는지 다 잘 안됐죠.
재미있었던 것은, 언젠가 부처 선배가 저를 부르더니 제가 소개팅했던 상대 두 분이 모두 자기 친구였다고 하시더라고요. 왜 자꾸 자기 친구들이랑만 소개팅하냐면서 놀리셨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세상이 좁다는 말이 새삼 와닿더라고요. 동기들이 소개팅하는 것을 봐도 한 두 다리만 건너면 다들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대학교 내에서 소개팅하는 것 같았죠.
요즘은 코로나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소개팅 대신 부처 내에서 몰래 연애하고 결혼하는 커플도 종종 보입니다. 같은 부처에서의 연애는 위험부담이 크죠. 헤어지는 것도 그렇고, 정작 결혼해도 한 분이 다른 부처로 옮기더라고요. 윗분들은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시던데, 사실 저는 왜 그래야 하는 건지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