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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Jan 29. 2022

아버지의 전화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브런치 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평생 무뚝뚝한 아들이다 보니 제가 평소에 어떻게 지내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대화를 나눈 적도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도 브런치라는 공통 관심사가 생겨서 그런지 이전의 전화 통화와 다르게 길게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아들, 글 잘 보고 있다. 꾸밈없이 솔직하게 써서 마음에 더 와닿는 것 같다. 그런데 걱정이 든다. 너무 그렇게 적나라하게 적어도 공직 생활에 지장이 없겠나?"


저는 두 가지 점에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먼저, 아버지께서는 저를 칭찬하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공부를 잘해도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셨죠. 그런 아버지가 다른 것도 아니고 제가 쓴 글을 칭찬하시다니.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어릴 때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집안 사정으로 공대를 진학하셨습니다. 그래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으셨고 지금도 고향집 서재에 아버지가 손으로 쓰신 시나 수필이 쌓여 있을 정도입니다. 그렇게 글을 평생 써오신, 글쓰기에 자부심이 강하신 분께서 제 글을 좋게 보셨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한 글솜씨이지만 아버지의 북돋음 덕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로 감동받은 점은 저를 걱정하시는 마음이었습니다. 저는 가급적 솔직하고 담백하게 글을 쓰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제 글을 보는 독자들에게 공무원에 대한 선입견이 생길까 봐 걱정이 듭니다. 저랑 함께 일했던 분들에게 의도치 않은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이 듭니다. 반면, 아버지는 저를 걱정하셨습니다. 회사에서 제 글을 문제로 삼는다거나, 제가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셨나 봅니다.


이번 명절에 집에 내려가서 아버지와 속 깊은 대화를 해봐야겠습니다.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제 공직 생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그동안 그런 이야기를 아들에게 직접 듣지 못하고 이제야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되셨다는 점이 죄송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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