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바쁘다는 핑계로 브런치를 장기간 방치한 것 같아 짧게라도 (사무관의) 일상을 적어 본다.
#1 선임 비서관이 되다
9개월간 함께 일하던 짝꿍 비서관이 다른 자리로 발령을 받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분이 오셨다. 나는 선임 비서관 자리로 옮겼고, 일정 관리라는 업무를 맡게 되었다. 거기다 새로 오신 비서관을 도와드려야 한다. 이 분이 얼마나 빨리 적응하시느냐에 따라 내가 언제 탈출(?) 할 수 있는지가 달렸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알려드리고 있다. 앞으로 두세 달 안에 내가 원하는 자리로 갈 수 있을까?
#2 아기가 안 생긴다
역시 쉬운 게 아니었다. 뭔가 진전이 있어야 연재하고 있는 브런치북에 쓸 내용이 생기는데, 그러지 못하다 보니 연재도 못하고 있다. 괜히 시작했나 싶다. 그래도 계속 아기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3 전화 영어
새벽 수영을 가지 않는 요일에는 전화 영어 교육을 받는다. 결과적으로 매일 새벽 5시 반에 일어난다. 그리고 아침마다 전화 영어를 신청한 것을 후회한다. 영어로 말하는 것도 힘든데 그걸 새벽에 일어나서 한다는 것이 큰 부담이다. 하지만 이젠 멈추지도 못한다. 중간에 그만두면 몇십만 원의 지원금을 토해내야 하기 때문에 억지로 꾸준히 하고 있다. 그래, 이런 (괴로운) 맛에 전화 영어를 하는 거지...
#4 아내도 바쁘다
나에게 글쓰기의 영감을 주고 글의 초안까지 퇴고해 주는 내 아내. 그녀도 그동안 바빴다. 아내는 대통령 행사에 자주 불려 간다. 나는 맨날 남이 쓴 글자와 문장만 들여다보는데, 아내가 일하는 걸 보면 내가 너무 평범한 공무원인가 싶기도 하다. 물론 내가 하는 일도 중요하고 자부심도 갖고 있다. 그래도 스케일이 남다른 업무를 하는 아내를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들 때도 있다.
#5 취미생활
바쁜 일상에도 시간이 나면 하는 것들이 있다. 혼자선 책을 보고, 둘이선 넷플릭스를 본다. 최근엔 『월급쟁이로 살 때는 미처 몰랐던 것들』을 읽었는데, 막연하게 부러웠던 파이어족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듣고선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고민을 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자기 전에 한 편씩 본다. 피지컬 100 시즌2에서 승패와 관계없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반성하고 있다.
#6 오랜만의 데이트
오랜만에 아내와 데이트를 했다. 마침 벚꽃 시즌이어서, 아침 일찍 일어나 세종시 미호천변에 벚꽃길을 걸었다. 조치원 맛집에서 점심을 먹고, 금강 변 유명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평범하게 들리지만, 우리에겐 너무나 필요하고 소중한 여유였다. 이렇게 하루라도 아무 생각 없이 쉬어야 다음 일주일을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