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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Jan 12. 2022

제가 모은 첫 회의

제가 ㅇㅇ기금을 총괄할 때였습니다. 기금 운영을 개선하기 위하여 기금 사업을 담당하는 직원들에게 현재 문제점을 설명하고 의견을 듣고자 했습니다. 메일을 보낼까 하다가 실제 사업하는 사람들 얼굴도 볼 겸 회의를 소집해야겠다고 결정했습니다. 과장님께 간단하게 상황을 말씀드리고 회의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기금 사업 담당자들은 대부분 주무관들이었습니다. 거기다 내부 직원들의 회의이기도 하니깐 마음 편하게 회의를 준비했죠. 회의 시간이 다 되자, 저는 과장님께 회의에 다녀오겠다며 회의 자료를 보여드렸습니다. 과장님께서는 저보고 자료 준비가 부실한 것 아니냐고 우려를 표하셨습니다. 저는 실무자들끼리 가볍게 의견을 나누는 자리라서 이 정도면 문제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과장님께서 또 버럭 화를 내셨습니다.


"이 사무관, 20명의 1시간은 총 20시간이야. 너 편하자고 회의 준비도 제대로 안 해놓고 바쁜 사람들을 모으면 되겠어? 이번 회의는 취소시키고 다시 제대로 준비해서 나한테 확인받아!"


제가 주재하는 첫 회의는 시작도 못하고 무산되었습니다. 사유는 준비 미흡으로요. 사업 담당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로 회의가 취소되었다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쪽팔렸습니다. 그리고 회의 참석자들의 직급이 낮다고 너무 쉽게 생각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것 하나하나 과장님께서 잘 가르쳐주신 덕분에 직급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존중하는 태도를 갖출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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