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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Jan 11. 2022

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예민했던 고시생 시절

재택근무 중에 바깥에서 개가 짖는 소리가 들리면 고시촌에서 공부할 때가 생각납니다. 저는 독서실이 아니라 원룸에서 공부를 했었습니다. 그게 공부하기 더 편했거든요. 주인아저씨가 윗집에 살았는데 다 좋았습니다만 딱 하나 불만이 있었습니다. 주인이 개와 함께 살았거든요.


그냥 개가 있는 것은 별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주인이 출근하고 없는 낮에는 개가 하루 종일 짖어댔습니다. 당시 저는 무척 예민한 고시생이었기 때문에 개가 짖는 소리가 공부하는 데 큰 방해가 되었습니다. 틈만 나면 인터넷으로 개가 안 짖게 하는 법을 찾았습니다. 개가 호랑이 소리를 무서워한다길래 호랑이 울음소리를 다운로드하여 스피커로 크게 틀기도 했었죠. 물론 소용이 없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새벽에 깼더니 개가 계속 짖고 있었더라고요. 처음에는 주인이 외박을 하나 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1시간이 넘도록 개가 계속 짖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보통 개가 낮에 짖었지 밤에 짖는 건 처음이었거든요. 혹시 주인이 쓰러진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주인집에 올라가 벨도 눌러보고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는데도 답이 없었습니다.


사실 집에 아무도 없었다고 보는 게 상식적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때 '고시생'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합격하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상상에 빠져 살았죠. 주인이 쓰러진 게 아닌가라고 상상하는 순간 그게 뇌리에 박혀버렸습니다. 그래서 119에 신고까지 하게 되었고 새벽에 소방관과 경찰이 집으로 출동했습니다. 문을 따고 들어가려는 순간 집주인에게서 연락이 오는 바람에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그땐 참 힘든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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