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선배가 "일이 너무 많고 힘들어서 지나가는 차에 달려들어 치이고 싶은 적이 있었다"라고 했습니다. 저는 속으로 '엄살이 너무 심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저도 제대로 바쁘게 일하다 보니 그 선배가 한 말의 의미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한 번은 제가 일을 너무 무리해서 했는지 머리가 어지럽고 몸에 힘이 빠져서 이러다 쓰러지는 것 아닌가 한 적이 있었습니다. 도저히 못 견디겠어서 과장님께 병원에 들렀다가 조퇴하겠다고 했죠. 병원에선 링거(수액주사)를 맞고 쉬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1시간 정도 링거를 맞은 후 병원에서 나왔습니다.
집으로 가는 도중에 국 총괄 서기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오늘까지 제출해야 하는 자료가 있는데 아직 제가 안 보냈다며 언제 보낼 거냐고 묻더라고요. 저는 지금 병원 다녀왔는데 좀 쉬고 내일 오전에 드리겠다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서기관님은 그러면 자기도 곤란하게 된다며 이것만 빨리 써내고 집에 들어가면 안 되냐고 양해를 구하셨습니다.
저는 저 말고는 그걸 쓸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할 수 없이 차를 돌려 다시 사무실로 갔습니다. 이러다 진짜 쓰러지면 그 서기관이 책임지겠지 하면서요. 사무실에 왔더니 과장님은 퇴근한 거 아니었냐며 놀라셨고, 사유를 듣고 나서는 총괄 서기관을 욕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며 빨리 써서 제출하고 가라고 하셨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과장님께서 그 서기관과 그 과 과장님에게 한마디 하셨다더라고요. 과장을 보태서 제가 과로로 쓰러져서 병원에 갔는데도 회사 나오게 시킨 게 말이 되냐라고 하셨답니다. 그 정도로 심각한 건 아니었는데 제가 일하다 쓰러졌다고 소문이 나는 바람에 좀 쪽팔리긴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