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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Dec 30. 2021

상사의 지시에 불응했던 경험

웬만하면 시키는 대로 합니다만

공무원 면접에서 단골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상사가 부당한 일을 지시했을 때 어떻게 하겠느냐"입니다. 지금까지 상사가 위법하거나 부당한 일을 지시한 적은 당연히 없었습니다. 하지만 정책적으로 이행하기 어려운 지시를 하신 적은 있었고, 그걸 못하겠다고 보고 드린 경험은 있어서 한번 공유해볼까 합니다.




#1 장관님께서 지원 신청 기간이 지난 사업에 대해서 신청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며 신청 기간을 좀 늘리는 것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이번 한 번만 기간을 연장시켜주는 게 뭐 어렵겠나 싶을 수 있는 사안입니다.


그러나 실무자 입장에서는 예전에도 신청 기간이 넘어 신청을 한 분들에게는 지원을 안 했었는데 이번에 기간을 늘려주면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이번이 선례로 남아서 다음번에도 지시가 있으면 신청 기간을 계속 늘려야 하는 부작용이 예상되었습니다. 그래서 실장님께 수 차례 찾아가서 이건 안 된다고 버텼고, 결국 다른 방식으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2 차관님께서는 교육 홍보사업에 특정 단체가 개최하는 세미나를 지원하는 건 어떠냐며 검토를 지시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단체가 차관님과 면담이라도 했나 봅니다. 저는 차관님께 달려가서 사업이 공모로 진행되기 때문에 공모 기간에 지원하면 검토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지원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차관님께서는 제가 너무 당돌했는지 과장님을 부르시더라고요. 과장님께서는 지원을 검토해보고 싶어도 사무관이 저렇게 버티니 자기도 어떻게 못하겠다며 제 핑계를 대셨습니다. 결국 차관님도 포기하셨죠. 과장님께서는 원래 과장은 사무관 핑계 대고, 사무관은 과장 핑계 댄다고 하셨습니다. 아마도 차관님도 그 단체에다가 “마음은 지원해주고 싶었지만 실무자들이 안된다고 해서 어쩔 수 없다”라고 하셨을 거라며 저보고 신경 쓰지 말라고 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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