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에서는 상사랑 1년을 같이 일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보통 1년에서 1년 반 정도면 자리를 옮기게 되는데, 과장님이나 국장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같은 상사와 함께 일하는 기간이 1년이면 꽤 긴 편이 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공직에서는 민간과 다르게 여러 다양한 상사들과 만나게 됩니다. 제가 만난 분 중에는 돈 쓰는 데 굉장히 인색하셨던 국장님도 계셨습니다.
국장님께서는 저랑 국회 출장 가는 날이면 항상 점심때 기차역으로 가자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점심은 함께 역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로 간단히 해결했고요. 저는 당시에 왜 국장님께서 그렇게 하시는지 몰랐는데, 나중에 국장님께서 점심 사주는 비용을 아끼시려고 일부러 그렇게 한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한 번은 국장님과 다른 부서의 서기관, 저 이렇게 3명이서 국회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더운 여름날이었습니다. 용산역에 도착하자 국장님께서는 지하철을 타고 가자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국장님과 다닐 땐 항상 지하철을 탔기 때문에 그런 제안이 이상하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서기관은 달랐습니다. 국회에 중요한 설명을 하러 가는데 이 더운 날 지하철로 가면 힘이 다 빠진다며 택시를 타자고 주장했습니다. 국장님께서는 그래도 지하철이 더 시원하고 빠르니 좋지 않냐고 하시자, 서기관이 열 받아서 '난 혼자서라도 택시 타고 가겠다'라고 우겼습니다. 그렇게까지 서기관이 버티자 결국 국장님께서 설득을 포기하셨습니다.
기차역에서 택시 타러 가는 길에 서기관이 저에게 살짝 속삭였습니다. 하... 맘 같아선 내가 택시비를 낼 테니 그냥 택시 타자고 말하고 싶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