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제가 있던 부처에서는 사무관 한 명과 주무관 한 명이 계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사무관이 계장이고, 짝꿍 주무관이 유일한 계원이었죠. 사무관은 주무관을 잘 만나는 게 중요하고, 주무관도 사무관을 잘 만나는 게 중요합니다. 적어도 몇 달 동안은 바로 옆 자리에서 함께 일을 해야 하니깐요.
제가 신입 때 같이 일했던 주무관님과는 정말 매일같이 기싸움하느라 힘들었었습니다. 나이는 저보다 한 두 살 적었던 주무관님이었습니다. 그 자리에 저보다 먼저 와 계셨죠. 똑똑하셨고 자기주장이 강하셨습니다. 반면 당시 저는 어리숙했지만 자기주장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었죠.
저도 지금 그때 일을 돌이켜보면 정말 일하는 방법이 서투르고 미숙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일을 시키거나 설득하는 법을 몰랐죠. 어떤 일을 처리할 때 저는 갓 부임한 공무원답게 FM대로 하기를 원했고, 노련하고 경험 많은 주무관님은 좀 더 효율적으로 하기를 원했습니다. 저는 주무관님께 억지로 제 뜻대로 하게끔 하려다가 말다툼도 많이 했습니다.
매일 다투다 보니 나중에는 선풍기 가지고도 기싸움을 했습니다. 둘이서 하나의 선풍기를 회전시키면서 쓰고 있는데 서로 슬금슬금 자기 쪽으로 더 많이 바람이 오도록 돌려놓고 그랬죠. (지금은 1인 1선풍기 제도가 정착이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제 얼굴이 화끈거리네요. 그랬던 주무관님이 먼저 다른 자리에 가게 되었을 땐 속으로 환호했었습니다.
웃기게도 함께 일을 안 하게 되니까 사이가 좋아졌습니다. 가끔 같이 점심을 먹을 때도 있었는데 그땐 그랬지 하면서 추억을 회상하기도 했고요. 제가 다른 부처로 옮기고 나서도 그 주무관님께 종종 연락이 왔었습니다. 안부를 묻기도 하고 일하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묻곤 했죠. 만약 지금 같이 일한다면 예전같이 힘들게 하진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