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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Jan 16. 2022

짝꿍 주무관의 눈물

토요일에 예전 부처에서 짝꿍이었던 주무관님의 결혼식을 다녀왔습니다. 제가 일하면서 가장 바쁘고 힘들었을 때 같이 일했던 주무관님이었습니다. 그 주무관님과 많은 일이 있었지만 제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한번 적어보겠습니다.


어느 날 주무관님이 과장님께 보고를 했는데 잘 안됐는지 과장님께서 저를 불렀습니다. 뭐가 마음에 안 드셨나 봅니다. 과장님께서 저에게 큰 소리를 치시며 화를 내셨습니다. 과장님께서는 제가 그 보고서를 검토했었기 때문에 주무관 대신 저를 혼내셨던 것이죠. 빨리 당장 고치라며 소리를 지르는 과장님을 뒤로하고, 자리에 돌아와서 주무관님을 불렀습니다. 함께 보고서를 고쳐야 하니깐요.


그런데 주무관님이 안 오시길래 자리에 가봤더니 주무관님은 자리에서 엉엉 울고 있었습니다. 자기 때문에 제가 혼난다 생각하고요. 저는 말했습니다.


"지금은 울 때가 아닙니다. 빨리 보고서를 수정해서 과장님께 다시 보고 드려야 해요. 그리고 제가 보고서를 봤고 과장님께 보고하라고 했기 때문에 제 잘못이 큽니다. 그러니 주무관님께서 그렇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고, 어서 보고서를 같이 고치죠."


사실 제가 모신 상사들도  그렇게 했고 저도 그걸 보고 배운 것뿐입니다. 자기가 검토한 이상 자기 책임인 거죠. 사무관이 적은 보고서라도 과장, 국장 컨펌이 되었으면 대외적으로 과장이  것이고, 국장이  것이고 그분들이 책임을 집니다. 저도 똑같이  것이었지만 그래도 주무관님은 그렇게 말해준 저를 고맙게 생각하시더라고요.


어쨌든 그렇게 같이 고생을 했었고, 제가 일이 너무 많아서 주말에 나오라고 해도 군말 없이 나왔으며, 제 결혼식 때도 멀리서 와줬던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무슨 일이 있어도 주무관님 결혼식에는 가겠다고 했는데 그래도 그 말을 지키게 되어 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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