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예전 부처에서 짝꿍이었던 주무관님의 결혼식을 다녀왔습니다. 제가 일하면서 가장 바쁘고 힘들었을 때 같이 일했던 주무관님이었습니다. 그 주무관님과 많은 일이 있었지만 제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한번 적어보겠습니다.
어느 날 주무관님이 과장님께 보고를 했는데 잘 안됐는지 과장님께서 저를 불렀습니다. 뭐가 마음에 안 드셨나 봅니다. 과장님께서 저에게 큰 소리를 치시며 화를 내셨습니다. 과장님께서는 제가 그 보고서를 검토했었기 때문에 주무관 대신 저를 혼내셨던 것이죠. 빨리 당장 고치라며 소리를 지르는 과장님을 뒤로하고, 자리에 돌아와서 주무관님을 불렀습니다. 함께 보고서를 고쳐야 하니깐요.
그런데 주무관님이 안 오시길래 자리에 가봤더니 주무관님은 자리에서 엉엉 울고 있었습니다. 자기 때문에 제가 혼난다 생각하고요. 저는 말했습니다.
"지금은 울 때가 아닙니다. 빨리 보고서를 수정해서 과장님께 다시 보고 드려야 해요. 그리고 제가 보고서를 봤고 과장님께 보고하라고 했기 때문에 제 잘못이 큽니다. 그러니 주무관님께서 그렇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고, 어서 보고서를 같이 고치죠."
사실 제가 모신 상사들도 다 그렇게 했고 저도 그걸 보고 배운 것뿐입니다. 자기가 검토한 이상 자기 책임인 거죠. 사무관이 적은 보고서라도 과장, 국장 컨펌이 되었으면 대외적으로 과장이 쓴 것이고, 국장이 쓴 것이고 그분들이 책임을 집니다. 저도 똑같이 한 것이었지만 그래도 주무관님은 그렇게 말해준 저를 고맙게 생각하시더라고요.
어쨌든 그렇게 같이 고생을 했었고, 제가 일이 너무 많아서 주말에 나오라고 해도 군말 없이 나왔으며, 제 결혼식 때도 멀리서 와줬던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무슨 일이 있어도 주무관님 결혼식에는 가겠다고 했는데 그래도 그 말을 지키게 되어 다행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