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관이면 인터뷰를 할 일이 종종 있습니다. 저도 신입 때 한 언론사와 인터뷰가 잡힌 적이 있습니다. 정책 홍보성 인터뷰여서 그런지 질문도 미리 받았고, 그에 대한 답변들도 다 준비를 했습니다. 당시 인터뷰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답변을 만드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과장님께 몇 번을 검토받아가며 완성시켰습니다.
옆자리 선배가 인터뷰할 때 답변을 보고 읽으면 눈동자에서 티가 나기 때문에 답변을 다 외우는 게 좋다고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질문이 10개 정도 됐었고 답변도 상당한 분량이었습니다. 답변을 안 보고 연습해봤는데 자꾸 버벅거려서 원래는 외울 생각이 없었던 답변 스크립트를 할 수 없이 통째로 외웠습니다.
인터뷰 촬영 날이었습니다. 피디, 촬영감독, 아나운서 그리고 저는 빈 회의실에 모였습니다. 아나운서가 녹화를 준비하면서 저에게 답변을 보며 하겠냐고 묻더라고요. 저는 그럼 부자연스러울 같고, 답을 이미 다 외웠다고 했습니다. 다들 놀라면서 그래도 쉽지 않을 거라고 걱정하길래, 혼자서 몇 번 연습했는데 괜찮을 거라고 안심시켜 주었습니다.
녹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첫 질문을 듣고 답하려는데 순간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엔지가 났습니다. 아나운서가 다시 질문을 했는데 제 입이 안 떨어졌습니다. 외운 것들이 기억에서 싹 사라졌습니다. 몇 번 더 엔지가 나니깐 감독님이 보다 못해 그냥 보고 읽자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개미만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예..
티브이에서 말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깨달았습니다. 그 후 저는 말 잘하는 사람들 보면 괜히 샘이 나서 그 사람들의 눈동자를 먼저 봅니다. 눈동자가 오른쪽부터 왼쪽으로 천천히 움직이다 다시 아래쪽으로 가서 반복하고 있다면 아마 스크립트를 읽고 있는 것일 거라고 하며 자기 위로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