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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Jan 27. 2022

사무관이 이런 일도 하나?

한 단체가 아침 9시에 국회 정문 앞에서 시위를 한다는 정보가 입수되었습니다. (네, 예전에 썼던 글에서 국정감사일에 기자회견을 한다던 그 단체였습니다) 제가 시위 현장에 가서 상황을 과장님께 보고하기로 했습니다.


시위를 한다는 날 새벽에 눈을 떴습니다. 사실 잠을 거의 못 잤죠. 늦가을 이른 아침 공기처럼 제 마음도 착잡했습니다. 이렇게 시위하는 분들도 오죽하시면 그랬겠나 싶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제 일을 해야 했죠.


서울은 세종보다 더 추웠습니다. 어디 들어갈 곳이 없나 헤매다가 국회 정문이 잘 보이는 ㄱㄱ빌딩 1층 찻집을 찾았습니다. 따뜻한 차 한잔 시켜놓고 멍하니 국회 정문만 바라봤습니다.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더라고요. 밖에 나와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혹시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제가 사진 찍고 있는 것을 들킬까 봐 얼른 찍고 건물 뒤편으로 숨었습니다. 저를 알아본다고 한들 뭐 달라질 건 없었는데 오버한 것이죠.


지금까지 모인 사람 숫자, 플래카드의 내용, 시위 방식 같은 것들을 간략하게 정리해서 ·과장님께 보고 드렸습니다. 이렇게 보고하고 나니   일이 없었습니다. 그냥 주변을 배회했지만 그렇다고 멀리  수는 없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 주기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야 했거든요. 그렇게 여러 차례 혼자 왔다 갔다 했었습니다.


사무관의 일은 정책을 기안해서 검토하고 전문가와 회의하며 보고서를 적는 것뿐만 아니라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것들도 있습니다. 제가 담당하는 업무와 관련해서 시위가 있다면 상황을 파악해서 보고하는 것 같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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