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험 준비하면서 봉사활동으로 성당에서 10대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그 아이들은 여러 사정으로 학교를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검정고시를 준비했습니다. 저는 산수를 가르쳤고요. 신기하게도 5000 ÷ 5는 모르는데, 5명이서 피시방 가서 총 5천 원이 나왔으면 한 사람당 얼마씩 내야 하냐고 하면 잘 알더라고요.
하여튼 그렇게 1년 이상을 가르치면서 친해진 아이들과는 주말에 함께 피시방에 가서 게임도 하고 중국집 음식도 사주곤 했습니다. 그러다 한 아이가 제 축구 게임 계정을 빌려달라 하더라고요. 고시 공부를 하면서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했던 게임의 계정이었습니다. 나름 시간과 돈을 많이 투자해서 구단 가치가 꽤 높았던 좋은 계정이었고, 그 아이가 비싼 구단으로 축구를 해보고 싶다는데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한 동안은 공부에 집중하느라 게임을 못했었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오랜만에 접속을 해봤더니 아뿔싸. 제 계정이 빈털터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수십억의 구단 가치가 1억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저는 부들거리며 그 아이에게 연락했지만 연락이 되질 않았고, 더 이상 성당에서도 볼 수 없었습니다.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그 녀석과 카톡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내 계정을 털어가고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카톡 프로필을 몰래 지켜봤죠. 군대도 다녀와서 나름 잘 살고 있더라고요. 그래도 잘 지내는 걸 보니 흐뭇합니다. ㅇㅇ야, 멀리서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