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킹오황 Jan 26. 2022

봉사활동에서 만난 그 녀석

공무원 시험 준비하면서 봉사활동으로 성당에서 10대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그 아이들은 여러 사정으로 학교를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검정고시를 준비했습니다. 저는 산수를 가르쳤고요. 신기하게도 5000 ÷ 5는 모르는데, 5명이서 피시방 가서 총 5천 원이 나왔으면 한 사람당 얼마씩 내야 하냐고 하면 잘 알더라고요.


하여튼 그렇게 1 이상을 가르치면서 친해진 아이들과는 주말에 함께 피시방에 가서 게임도 하고 중국집 음식도 사주곤 했습니다. 그러다  아이가  축구 게임 계정을 빌려달라 하더라고요. 고시 공부를 하면서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했던 게임의 계정이었습니다. 나름 시간과 돈을 많이 투자해서 구단 가치가  높았던 좋은 계정이었고,  아이가 비싼 구단으로 축구를 해보고 싶다는데 거절할  없었습니다.


한 동안은 공부에 집중하느라 게임을 못했었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오랜만에 접속을 해봤더니 아뿔싸. 제 계정이 빈털터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수십억의 구단 가치가 1억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저는 부들거리며 그 아이에게 연락했지만 연락이 되질 않았고, 더 이상 성당에서도 볼 수 없었습니다.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그 녀석과 카톡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내 계정을 털어가고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카톡 프로필을 몰래 지켜봤죠. 군대도 다녀와서 나름 잘 살고 있더라고요. 그래도 잘 지내는 걸 보니 흐뭇합니다. ㅇㅇ야, 멀리서 응원할게.


작가의 이전글 신입일 때 많이 물어봐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