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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Jan 25. 2022

신입일 때 많이 물어봐요

저는 신입일 때 운이 좋았습니다. 과장님은 정말 좋은 분이셔서 말할 것도 없을 정도고요. 선배 사무관이나 주무관들도 저를 마치 아기 보듯 걸음마부터 알려주셨습니다. 그러면서 꼭 저에게 당부했던 것은 신입일 때 모르는 게 당연하니깐 많이 물어보라고, 나중에 연차 쌓이면 묻고 싶어도 쪽팔려서 못 묻는다는 거였습니다.


저는 이런 분위기가 당연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니었더라고요. 바쁜 과에서는 일일이 신입이라고 챙겨주지 않는 경우가 보통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동기도 신입일 때 실수를 했죠. 예전에 국회의원 만나러 간다는 이야기의 동기인데, 또 다른 이야기를 또 풀어볼게요.


한 번은 동기가 기획재정부에 사업 설명하러 간다더라고요. 그 자리 온 지 며칠 안돼서 사업도 잘 모를 텐데 할 수 있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그 과에서는 바빴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제 동기는 멋모르고 이런저런 자료를 다 뽑아서 기재부에 다녀왔습니다. 와서 저에게 말하더군요. 자료를 다 뺏겼다고.


사실 자료라는 것이 내부 검토 자료와 외부에 공개하는 자료로 구분됩니다. 내부에서 검토 중인 자료는 언제든지 변경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괜히 외부로 나가면 불필요한 오해만 발생하게 됩니다. 정부에서 특히 담당 사무관이 주는 자료는 그 부처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자료를 외부에 제출할 때는 부서장에게 보고도 해야 하는데, 신입 사무관이 그때 뭐가 뭔지 잘 알았겠습니까.


다행히 외부에서 보더라도 괜찮은 자료들이었고, 기재부는 내부 자료도 공유를 많이 하니깐 큰 문제가 되지 않고 넘어갔습니다. 운이 좋았죠.


제가 있는 부서에 신입 사무관이나 주무관이 오면 항상 잘 가르쳐주려고 노력합니다. 오지랖이 넓은 것도 있고, 투머치 토커라서 그런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처음 발령받았을 때 과장님을 비롯해 과원들에게 신세를 많이 졌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배울 때 잘 배워야 나중에 덜 고생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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