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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Jan 23. 2022

고시생이 삭발한 이유

고시 공부할 때였습니다. 공부하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분들은 겪으셨을 것입니다. 아침에 머리를 감을 때마다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진 일을요. 저도 겪었습니다. 원래 머리숱이 많은 편이라서 머리가 빠지는 걱정을 평생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만큼은 눈에 보일만큼 머리가 빠졌습니다.


한참 공부하는 중에 책 위에 떨어져 있는 머리카락을 보면 엄청 신경이 쓰였습니다. 나중에는 공부하다 말고 거울 두 개를 가지고 제 뒤통수나 정수리를 비춰보곤 했습니다. 이러니 공부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죠. 결국 바리캉을 샀습니다. 집에 혼자서 머리를 삭발하고 나서야 일단 마음이 놓였습니다. 머리가 빠지는 게 보기 싫어서 그냥 머리를 밀어버린 것이죠.



여름에 2차 시험을 치고 나서는 다시 머리를 길렀습니다. 혹시 합격하게 되면 면접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때 삭발한 채로 면접을 볼 수는 없었으니깐요. 점점 자라나는 머리카락을 보니 다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제 기억으로는 예전 모발이 더 풍성했었거든요.


참다못해 병원에 갔습니다. 의사 선생님 지금 제가  살이냐고 물었습니다. 30 중반이라고 답을 했더니 저에게 호통을 치셨습니다. 저의 모발은  또래 중에는 보통 수준이라고, 원래 나이가 들면 머리가 빠지고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는  정상이라고 하셨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자기는 정말 심각한 사람을 치료하는 사람이니 저보고 당장 나가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병원을 쫓겨나듯 나가면서도 속으로는 의사 선생님에게 고마워했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그렇게 정색하며 저에게 말씀하시니깐 제가 심각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일종의 충격요법인가 봅니다. 저는 고시 스트레스 때문에 많이 예민했나 보다 하면서 자신 있게 집에 돌아갔습니다. 그 덕에 꽤 긴 기간 동안 머리에 신경을 쓰지 않고 지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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