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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Feb 02. 2022

늦깎이 고시 합격생입니다

저는 행정고시를 30대 중반에 합격했습니다. 동기보단 남자 기준 7-8세 정도 많은 편이고, 20대에 7급 공무원으로 시작해서 승진한 사무관들과 비슷한 나이입니다. 간혹 저를 승진 사무관(6급에서 5급으로 승진한 고시 출신이 아닌 사무관을 일컫는 말)으로 착각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요즘은 민간에서 일하다 공무원으로 오시는 분들도 많아 예전보단 나이 많은 신입 공무원에 대한 선입견이 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행시 기수 문화가 남아 있는 공무원 조직에서 저같이 나이가 많은 사람이 불리한 점들이 있긴 합니다.


가령, 선배가 저보다 나이가 적을 경우 저를 어려워할 수 있다는 점 같이요. 특히 과장님의 입장에서는 자기보다 나이 많은 후배 사무관에게 일을 시킬 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거인지 모르겠지만 공교롭게도 저는 수습부터 지금까지 나이가 많은 과장님 밑으로만 배치를 받았습니다. 저랑 비슷한 나이대의 과장님도 계시거든요. 우연인지 고의인지 아직까진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부처로 전입을 갈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입 과정에서 제 나이가 많았다는 게 우려됐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하마터면 못 옮길 뻔했죠. 나이가 새로운 조직에 얼마나 절 적응할지 판단할 요소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한 번은 과장님께서 과에 사무관들을 모아 정신교육을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몇 년 후면 과장 달고, 몇 년 후에 국장 달고, 몇 년 후에 실장까지 할 텐데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냐고 하시는데 순간 저는 속으로 '어, 그땐 난 이미 정년퇴직인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턴 과장님 말씀이 잘 안 들리더라고요.


늦깎이 공무원이 꼭 단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함께 일하는 주무관님들이 대부분 저보다 나이가 어려서 함께 일하기 편했던 점도 있었습니다. 승진 경쟁 상대로 안 느껴져서인지 주변의 견제도 덜 받는 느낌도 들었고요. 무엇보다 늦은 나이에 젊은 친구들과 경쟁해 합격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잖아요. 그런 자부심을 가지고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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