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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Feb 09. 2022

국회 대기하면서 겪은 일

국회 전날 대기를 하면서 밤을 꼴딱 새웠습니다. 기획조정실에서 국회로 가는 새벽 4시 출발 버스와 오전 6시 출발 버스가 있으니 골라 타라고 했습니다. 과장님들은 오전에 서울에서 장관님 보고를 드려야 했기 때문에 회사에서 곧바로 4시 버스를 타셨습니다. 저는 6시 버스를 택했고, 빨리 집에 가면 1시간 정도는 잘 수 있겠다 싶어 서둘러 집으로 갔습니다.


잠깐 자고 다시 회사로 와서 6시 버스를 탔습니다. 밖은 어두웠고 버스를 타신 분들은 다 주무셨습니다. 저도 자려고 의자를 뒤로 눕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울리는 카카오톡. 4시에 떠난 과장님께서 문자로 이것저것 물어보시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비몽사몽간에 겨우 대답했지만 잠이 들 수는 없었습니다. 과장님께서 계속 물어보셨거든요. 고문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렇게 서울에 도착할 때까지 눈을 30초 감았다가 떴다가 다시 30초 감았다 떴다를 반복했습니다. 한숨도 못 잤습니다. 국회에 도착해서는 너무 졸려서 계단에 앉아 잠을 잤습니다. 의자에 앉아 자기도 하고요. 국회에서는 잠잔 기억밖에 없습니다.




한 번은 국회 대기일에 선배가 저녁을 먹자고 했습니다. 분위기를 보니 술도 한 잔 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딱히 질의가 나올 게 없었기 때문에 과장님께 허락받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습니다. 한참 먹고 마시고 있을 때 과 단톡방에서 메시지가 왔습니다. 제 업무 관련해서 질의가 나왔으니 빨리 와서 답변을 작성해라고.


과장님께서 저를 찾으셨습니다. 저는 혼날까 봐 겁이 났습니다. 답변을 작성하면 국장님께 보고를 드려야 하는데 그때 저는 술에 취해 있었으니깐요. 급하게 저녁 자리에서 뛰쳐나와 과장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지금 가고 있다고 그랬더니 과장님께서 그러셨습니다.


"과 직원들이 너만 술 마시고 있다니깐 배 아파서 장난친 거야. 나도 좀 거들었어. 질의 안 나왔으니깐 맘 편하게 더 있다가 와."


그때 깨달았습니다. 저와 관련된 질의가 안 나온다 하더라도 다른 직장 동료들을 생각해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면 안 되겠구나, 앞으로는 국회 대기 때 술을 마시면 안 되겠다라고요. 하지만 그 후로 국회 때마다 제 업무가 쟁점이 되는 바람에 항상 바빴습니다. 국회 전날에는 밤을 꼴딱 새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날의 죗값을 치른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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