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임시 보호인 줄 알았는데

by 말랭자매

덜컹거리는 무궁화호 안. 낯선 도시에 낯선 아이를 만나러 가는 길. 창 밖의 풍경이 바뀌면서 내 기대감도 점점 커져만 갔다. 돌이켜보면 이 기차를 타기까지도 꽤 많은 과정을 거쳤다.




유기견 임시보호를 결심했을 때 일사천리로 일이 흘러갈 줄 알았다. 유기견 입양/임시보호가 이루어지는 앱에 가입하고 매일 끊임없이 등록되는 유기견 아이들을 보며 이들 중 한 마리는 한 달 정도 나와 함께 지내다 좋은 가정에 입양 보낼 수 있겠거니 했다.

그런데 웬걸, 나이 제한, 가족 수 제한, 기간 제한 등 조건이 엄청 까다로웠다. 인터뷰 아닌 인터뷰 2차까지 갔다가 4주만 임시 보호할 수 있다는 상황 때문에 탈락의 소식만 들으며 거의 임시보호를 포기할 때쯤 다급하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어떤 아이가 임보를 갔는데 임시 보호자가 원래 키우던 아이와 사이가 좋지 않아서 다시 보호소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집'이라는 것을 경험했다가 다시 보호소의 철창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얼굴도 모르는 그 아이가 너무 보고 싶었다. 다른 임시 보호자를 찾을 때까지만이라도 내가 맡아주기로 했다.





한 시간 반이 걸려서 도착한 곳. 대합실에서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이동장을 든 모자가 역 안으로 들어왔다. 서로를 알아차리고 이동장을 건네받았다. 다들 건너 건너 봉사자를 통해 연결되었기에 아이에 대한 정보는 어느 누구도 몰랐다. 이름도, 정확한 나이도, 그 전의 삶도 어떤 정보도 없었다.

돌아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대합실에서 대기를 하며 다시 한번 천천히 이동장 안의 아이를 살폈다.

조그맣게 접힌 삼각 귀, 낯선 사람과 있는데도 두려움보다는 호기심 가득한 눈, 분홍색 통통한 발, 이 아이도 나를 살피는 듯 천천히 흔드는 꼬리.

"안녕? 오늘부터 나랑 지내게 될 거야. 네 이름은 잔디야, 잔디. 잔디야, 반가워."



이름을 지어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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