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리프트로 60kg도 거뜬하게 들고, 5kg짜리 덤벨 두 개로 숄더 프레스도 하는 내가, 왜 지금 이 3.6kg 아이를 들고 헥헥대며 집에 가고 있는 걸까?
처음에 아이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을 때 봉사자분께서 3개월 아이인데 3.6kg이라 입양이 잘 안 된다고 하셨는데 그땐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
한 손에 5kg 정도는 거뜬하게 들 수 있고, 내가 태어났을 때 3.3kg이었으니 그냥 아기라고만 생각했다.
한국 반려견의 세계에선 흔히 알고 있는 레트리버나 보더콜리 같은 대형 품종견을 특별히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면, 성견이 되어도 5kg 미만인 소형견이 선호되는 편이다. 우리가 흔히 길가다 마주할 수 있는 몰티즈의 경우도 대부분 3~4kg 내외이다. 그러니 아기 몰티즈는 1kg을 겨우 넘을 테고, 이와 비교했을 때 잔디의 입양이 쉬울 리가 없다. 지나가던 아주머니께서 잔디의 발 크기에 놀란 것도 이런 상황을 대변해주는 것이다. 오늘도 보호소에 입소했을 수많은 다른 잔디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한여름에 무슨 패기로 차도 없이 왕복 세 시간이 넘는 거리를 대중교통으로 낑낑대며 왔다 갔다 한다고 했을까?
몰랐으니까 가능했겠지.
몰랐으니 너를 만날 수 있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