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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뇨미 Jan 26. 2024

개모차 57%, 유모차 43%, 개모차를 샀다.

작년 여름, 방울이 반려차를 마련했다.

사실 방울이의 이동수단을 마련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강아지 이동수단에는 유모차 형태 뿐만 아니라 슬링백, 캐리어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나도 정말 다양하고도 많은 시도 끝에 결국 반려차로 정착을 했다.


처음엔 휴대가 용이해보이는 슬링백 형태로 시작했다.

방울이가 7kg인 것을 대수롭게 여겨 2만원 짜리로 시작을 했다가

가방에 넣으면 자꾸 아래로 가라앉아서

더 비싼 것은 바닥이 튼튼할것이라 기대하며 10만원 짜리까지도 사봤다.



하지만, 이러나 저러나

하루종일 슬링백 속에 넣고 다니면

내 어깨가 피멍이 들고, 방울이 또한 가방 속에서 축 쳐지는 것은 여전했다.


7kg을 하루 종일 어깨에 매고 다니는 것은

나도 지쳐서 못할 짓이지만, 방울이도 자세를 바꾸지 못해 힘들어 했다.


그래서 다음엔 캐리어 형태로 끌고 다닐 수 있는 이동 가방을 사보았다.

캐리어의 단점은 방울이가 아무래도 바닥에 가까이 있다보니 울퉁불퉁한 바닥때문에 승차감이 안좋고,

아무래도 내 눈높이가 아니라 종아리 근처에 있다보니 방울이를 신경쓰는 것도 힘들었다.



요즘엔 큰 백화점이나 아울렛에 가면 반려차를 대여할 수 있는데

그 기회로 반려차를 사용해볼 기회가 생겼었다.


첫 번째는 더 현대에서 빌렸던 10만원대 반려차인데,

와.. 핸들링이.. 너무 뻑뻑하다.

이건 정말 강아지용품의 한계인가 싶어서 반려차를 사려는 생각을 접었었다.



이후에 부산 아울렛에서 좀 더 비싼 반려차를 빌릴 기회가 생겼는데,

이 때 좀 편하다고 생각을 했다.

일단 방울이도 안에 쏙 들어가서 사람들과 같이 걸을 때 밟힐 걱정 안해도 되고,

나도 쇼핑하면서 좀 더 안정적이고,

심지어 짐도 실을 수 있고!

이점이 너무 많았고, 이 반려차가 이전 것 보다는 가격이 비싸다 보니 핸들링도 부드러웠다.

역시 돈인가..



고민 끝에 결국 반려차를 구매했다.

처음엔, 쿠팡 같은 곳에서 5만원 정도의 싼 반려차를 구매했었다.

원래는 산책할 때 보조 수단으로 가지고 나가기 위함이었다.


여름엔 뜨거운 아스팔트, 겨울엔 동상 걸릴 듯 추운 바닥.

바깥 환경은 산책하는 강아지들의 발에 정말 가혹하다.

실외배변을 선호하고, 산책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줘야 하는 방울이를 위해

바닥이 너무 뜨겁거나 얼어 있으면 반려차에 태우고,

냄새맡고 싶어하는 장소에서만 반려차에서 내려주어서 산책을 하곤 했었다.


그런데 역시 싼게 비지떡이라고,

이동을 하다가 바퀴가 빠지는 건 흔한 일이고,

핸들링이 퍽퍽한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정말 고민 끝에 가격이 좀 있는 반려차를 구매했다.

역시 비싼 값을 한다고,

그냥 이전에 가방이나 캐리어 등에 돈 쓴것을 합치면 이 반려차보다 비싼데,

처음부터 잘 생각하고 반려차를 살 걸...

너무 돌아왔구나 싶었다.


이제 더이상 어딜 가도 반려차를 빌리러 안내 센터를 찾아서 신분증 맡기고 다시 반납하고 등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방울이 반려차를 바로 꺼내서 편하게 쇼핑을 하거나

반려동물 동반 가능한 곳에서도 이동가방 대신으로 반려차를 부드럽게 끌고 들어가면 된다.

더이상 내 팔이나 어깨가 피로하지 않아 짜증내지 않아도 되고,

방울이도 좁은 공간에 불편하게 있지 않고,

쇼핑을 하거나 커피를 마실 때, 방울이는 반려차 안에서 편하게 잠을 자기도 한다.



개모차를 하나 샀을 뿐인데

강아지를 기르는 것과 저출산을 인과관계로 엮어서 이야기 하는 글들을 보고 납득이 가지 않았다.


방울이를 반려차에 태우고 다니다 보면

요즘 젊은 사람들 애 안낳고 개 기른다며 한 소리씩 하며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 사람들을 붙잡고 줄줄이 내 10년을 이야기 할 수도 없고 억울하다.



그저 난 아직 하고 싶은게 너무 많고,

공부욕심이 조금 많아서, 아니 너무 많아서 공부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어느새 나이는 먹었고,

곧 아이를 가지면 다운증후군을 가질 확률이 50%이상을 넘어 검사를 꼭 받아야 하고,

왜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나이의 한계는 몇 백 년 전이랑 같은건지 진화하지 않는 몸을 탓할 수도 없고,

절대 아기 대신 강아지를 키우는 것은 아닌,

방울이는 어느 것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그저 내 인생의 큰 행운인,



그냥 그런 이유로 개모차를 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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