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보험을 해지했다.
반려동물보험 제도개선 방안?
방울이를 키우면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방울이의 보험을 들 지, 은행에서 적금을 들 지 고민하다가
전문적인 보장을 기대하며 펫보험을 들었었다.
꼼꼼히 확인하지 않은 내 잘못이 아주 크지만,
지난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매월 46,000원씩 납부한 후 남은 것은
사은품으로 주는 다이어리 세트와 방울이 동결건조 간식이다.
올해 초에 방울이 건강검진에 몇 십 만원을 내면서,
보험을 해지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적금식도 아니어서 매달 46,000원이 공중분해 되고 있었고,
차라리 그 돈을 모아서 건강검진에 쓰는게 훨씬 나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검진을 해도 지원금이 단 한 푼도 나오지 않았다.
매달 2~3만원 정도 들어가는 심장사상충, 외부 기생충 구충제 값은 물론
가끔 구토/설사로 병원방문을 해도 혜택을 볼 수 없었고,
구강검진 중에선 그나마 흔하게 하는 스케일링만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슬개골 탈구 수술 이나 피부 관련 질환, 심장병 등
강아지가 살면서 한 번 정도 걸릴 가능성은 있지만 그렇다고 모두 걸리지는 않는 질병들을
쏙쏙 골라서 보장해주고 있었고,
그리고 그동안 강아지를 위한 적금을 따로 들었다면 보험이 보장해주는 것과 크게 차이도 나지 않는 것 같았다.
(오로지 내 느낌)
정작 필요한 것들은 보장범위에서 다 제외되어 있고,
보험을 들 정도로 강아지에 신경쓰는 보호자가 이런 것을 보장받으려고 보험을 들까 생각이 드는 물림사고 등에 비중이 훨씬 컸다.
마치 정말 반려동물을 키워본 사람이 아니라
뉴스 몇 번 검색해서 강아지 관련 이슈들을 알게 된 사람이 보험 상품을 만든 것만 같았다.
실효성이 전혀 없어보였고, 다시 적금으로 마음을 돌리고 보험을 해지했다.
내가 보장받고 싶은 건 강아지를 건강하게 키우면서
질병을 예방하는 행위를 하면 적당한 지원도 받고, 정말 큰 일이 생겼을 때 부담스러운 금액을 더는 수준이지,
1년에 약 60만원을 내고 다이어리를 받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작년 10월, 금융위원회에서는 반려동물보험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동물병원이나 펫샵같은 한 장소에서 보험을 가입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동물등록을 의무화하며,
맞춤형 보험상품을 제공하고, 보장범위를 축소하여 저렴한 상품도 제공하고,
반려동물 전문보험사 진입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네 가지의 제도 개선 방안이 내 불평을 해결해 줄 수 있을 지 모르겠다.
특히 첫 번째에 펫샵에서 보험을 가입할 수 있는 것.
무분별한 공장식 펫샵을 허가제 등으로 바꿀 생각은 전혀 못하고 있다는 점.
동물 보험은 동물 복지의 일환일텐데, 펫샵에서 공장식으로 강아지를 찍어내는 것을 보면 동물복지라곤 전혀 생각을 못할텐데.
누구를 위한 방안일까?
그저 이 제도 개선 또한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내게 하기 위한 초석인 것인지, 전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두 번째.
보험 제도에서 이유를 갖다 대면서 동물등록을 강조하는 것은 역시나 나중에 세금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정말 이 세금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할 말이 많지만(난 찬성하는 입장이긴 하다)
이 과정까지 가려면 정말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에 일단 논의는 미뤄두자.
이런 식의 개선 방안이 적금보다 나을 수 있나?
내 보험이 아닌 강아지의 보험을 든다는 것은 정말 생각 이상으로 강아지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저 질병만 보장해주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강아지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도와주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렇게 실체도 없는
좋은 말만 늘어놓은 제도 개선 방안으로는
사실 의견을 덧붙일 것도 없다.
내용이 있어야 가치를 판단하든 말든 할텐데,
어떤 것도 나와있질 않으니 말이다.
반려동물 전문보험사가 시장에 등장하면
뭐 얼마나 보험이 달라질진 모르겠지만,
적금보다 나을지는 두고 봐야겠다.
적금은 이자라도 나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