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한 시, 한 시 반, 두 시, 세 시, 네 시…
시계 숫자만 멍하니 바라보며
겨우겨우 숨만 고르는 새벽이었다.
‘조금만 참자. 아침이 되면…
오늘은 병원을 바꿔서 피부과로 가보자.’
그렇게 마음을 붙잡았는데,
통증은 마치 그 결심을 비웃듯 더 거세졌다.
결국 또다시,
병원 문 열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참을 수가 없었다.
해가 뜰 무렵, 나는 옷을 챙겨 입고
또 다시 응급실을 가기위해 택시에 몸을 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침까지 참지말고 바로 갈 걸…’
그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한 주에 응급실을 두 번 오고 있다는 사실이
현실감 없이 다가왔다.
그만큼 통증은 사람을 망가뜨리는 힘이 있었다.
응급실에 도착해 의사에게
그동안의 일들을 숨 고를 틈도 없이 말했다.
동네병원에서 주사 맞은 일,
약을 먹어도 낫지 않는 밤들,
머리가 찢어질 것 같아 하루도 못 자고 버틴 지 일주일이 된 것까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귀 뒤와 목 아래 생긴 수포를 조심스레 보여주며 말했다.
“선생님… 이거 대상포진 아니라고 하셨는데…
혹시… 아닐까요?”
의사는 한참 동안
나의 머리부터 목까지 꼼꼼하게 살폈다.
그리고 아주 조용하게 말했다.
“…아, 이거 대상포진이네요.”
그 말이 들리는 순간
머릿속이 텅 비는 느낌이었다.
드디어—
드디어 통증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이다.
의사는 계속 말했다.
“정말 많이 아프셨겠어요.
며칠 전에 왔을 때도 아주 심했겠네요.
특히 머리에 생긴 대상포진은
눈 시력이나 귀 청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서
나중에 꼭 진료 받으세요.”
그 말을 듣는데
이해받지 못했던 며칠이 한꺼번에 무너져내렸다.
“정말… 아팠겠다”는 그 한마디가
왜 그렇게 가슴을 울리는지.
얼마나 아팠는지
얼마나 버텼는지
얼마나 외로웠는지
누군가 알아봐주는 것만으로
눈물이 날 만큼 감사했다.
병명을 알았다는 사실이
이렇게 큰 안도감이 될 줄은 몰랐다.
드디어,
내 통증은 이유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