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분이 큰 쇼핑백을 내 앞에 내밀었다.
안에는 약이 빼곡하게 들어 있었다.
“5일치예요. 절대 중간에 끊지 마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정말 약이 산처럼 많아 보였다.
원래 약 먹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그날만큼은 마음속으로 단단히 다짐했다.
‘이건 무조건 다 먹는다. 제발 좀 나아졌으면…’
하지만 이상했다.
병명을 알고,
약도 시작했고,
치료를 받고 있는데도
통증은 전혀 줄지 않았다.
악몽 같았던 밤들이 여전히 이어졌다.
그 주에는 공휴일까지 끼어 있어서
더 걱정이 됐다.
이미 일주일 동안 응급실을 두 번이나 갔는데
또 참지 못하고 가게 되면
진료비도 만만치 않을 터였다.
몸도 마음도 지갑도 모두 한계였다.
그때 자연스럽게 하나의 결론이 떠올랐다.
‘입원해야겠다.’
나는 평생 입원을 거의 해본 적이 없었다.
웬만하면 약도 나중에 먹고
자연 치유를 기대하는 편이다.
그런 내가, 입원을 직접 결정하고
짐까지 싸서 집을 나섰다는 것.
그게 이 통증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 싸보는 입원 짐은
지금 생각하면 정말 웃기기만 하다.
정작 필요한 건 하나도 없고
쓸데없는 것만 가득 넣었다.
무료한 시간을 버텨줄 아이패드는 없고,
식사를 할 젓가락·숟가락도 없고,
휴지도 없는데
텀블러는 꼭 챙겼다.
도대체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겠다.
아마 그만큼 정신이 없었던 거겠지.
그렇게 나는
거의 탈출하듯 집을 나와
병원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결국,
나는 입원했다.
내가 스스로 입원을 선택했다는 건
그만큼 아팠다는 뜻이었다.
정말…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