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숲은 자제하자
코로나를 핑계로 운동을 안 간 지 어언 몇 개월, 그동안 나는 맛있는 음식들을 먹고, 움직이지 않고, 집-회사-집-회사를 반복하며 퇴근하면 바로 침대에 누워 닌텐도를 켜 데이터 동물 친구들과 놀기 바빴다. 여행에서 멋진 인생 사진을 찍기 위해 계획했던 다이어트는 코로나로 여행이 취소되고 난 뒤 저 멀리했고, 생존을 위한 운동 또한 저 멀리 바이 바이하고 있었다. 그렇게 어영부영 겨울과 봄이 지나고, 슬슬 반팔을 입어야 할 때가 왔는데 아뿔싸. 몸뚱이의 외형도 그렇고 누가 봐도 건강하지 않은 얼굴, 게임기를 만진다고 축 내민 거북목에 동그랗게 말린 어깨, 턱 끝까지 내려와 있는 다크서클.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스스로 내 건강을 위해 지킬 6월의 습관을 정해봤다.
코로나 시대에 무슨 약속!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친구들의 집에 가서 술 마시는 걸 매우 좋아한다. 정말 심할 때는 일주일 중 7일이나 친구들과 술을 마신다. 매일같이 술을 마시니까 건강이 나빠지지. 누군가를 만나는 걸 싫어하는 듯 좋아하는 나는 앞으로 슬프지만 친구들과의 약속을 줄이기로 했다. 매일같이 만나던 친구들을 일주일에 두 번만 만나기로 했다. 덕분에 6월 한 달 약속이 꽉 찼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적어도 다섯 번은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기로 했다.
요리에 딱히 관심이 없는 나는 대부분의 끼니를 배달음식으로 해결한다. 특히 혼자 자취를 하면서 배달음식을 많이 먹었는데 그 이유는 1. 서울에는 최소 배달 주문 금액이 낮은 곳이 너무 많고 2. 다양한 음식이 많으면서 3. 무언가를 시켜먹을 때 눈치를 안 봐도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친구를 만나지 않는 날이면 거의 배달음식을 먹었다. 하지만 배달음식은 살찌는 주범이고 (젠장, 맛있는데.)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없기 때문에 늘 먹는 지방이라거나, 탄수화물만 먹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배달음식을 줄이고 집에서 간단하게라도 밥을 해 먹어야겠다. 햇반을 먹더라도 일반 흰쌀밥이 아닌 발아현미밥을 먹고, 튀긴 음식을 먹을 걸 줄이고 닭가슴살을 먹어야지. 다이어트가 아니라 내 몸의 건강을 위해서 말이다.
닌텐도 스위치를 사고 난 뒤로 누워 있는 시간이 매우 많이 늘었는데 (그렇다. 나는 3월 26일 이후로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510시간 이상 플레이한 하드 유저다) 주말에도 약속이 없으면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고 자기 전까지 쭉 누워서 동물의 숲만 하다 보니 그전에 필라테스로 열심히 붙였던 근육은 빠지고, 눕고 먹고 자고를 반복하면서 찐 지방만 잔뜩 남았다. 처음 닌텐도를 살 때 동물의 숲 말고 또 다른 게임을 샀으니, 그게 바로 링 피트 (닌텐도 스위치를 활용하여 운동을 해서 몬스터를 죽이는 게임)이다.
처음 링 피트를 샀을 때는 나는 동물의 숲도 하고 링 피트를 하면서 건강을 챙기는 멋진 게임러가 되겠어!라는 다짐을 했었는데, 아직까지도 내 게임 이력을 보면 동물의 숲 510시간 이상 플레이, 링 피트 1시간 미만 플레이다. 오늘 이 글을 쓰고 나서는 슬프지만 게임기에서 동물의 숲 게임칩을 빼고 링 피트 게임을 연결해보려고 한다. 밖에서 운동이 하기 싫다면, 운동 게임이라도 해서 체력을 키워야지. 뭐 어쩌겠어.
누군가에게는 사소할 수 있는 다짐이지만, 이런 생활이 익숙해진 나에게는 매우 두려운 다짐이다. 내 목표는 이걸 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 다짐을 한 달 동안 지켜나가 결국 이 다짐이 내 습관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매 달 초에 하나하나 다짐을 지켜나가다 보면 내가 바라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이고 있지 않을까? 6월의 목표는 그러니까, 건강. 건강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6월 목표는 무엇인가?